지난달 12일, 이곳에서는 특별한 자선 만찬이 열렸다. 4년째 이어온 기부 만찬 행사로, 올해의 주제는 ‘팜 파티(Farm Party·농장 파티)’였다. ‘포도와’는 그동안 환경 보호와 노숙인 지원 등에 수익금을 나눠왔고, 올해는 신생아 위탁 기관에 전액을 기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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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장에서 재배하는 지중해 품종의 포도로 다양한 요리를 선보인 ‘포도와’ 기부만찬. 포도와 제공
이날의 코스 메뉴는 포도와 포도잎이 주제였다. 장미향과 은은한 산미가 어우러진 ‘머스캣 함부르크’, 고급스러운 향의 ‘알렉산드리아’ 등 지중해 품종의 포도들이 다양한 요리로 변주됐다.
머스캣 함부르크 포도즙에 향신료를 더해 끓인 따뜻한 뱅쇼가 가장 먼저 나왔다. 입안 가득 번지는 온기가 마음까지 덥혔다. 이어서 알렉산드리아와 머스캣 함부르크 포도로 만든 처트니(과일 절임), 단새우·관자·청포도를 곁들인 세비체(생선회 무침), 건포도를 올린 땅콩호박 스프가 이어졌다.
메인 요리는 레몬 버터 소스를 곁들인 프랑스식 가자미구이. 머스캣 함부르크 포도잎으로 싼 돌마(포도잎으로 고기와 쌀 등을 싸서 쪄낸 음식)가 함께 나오자 손님들은 “맛있다”고 탄성을 질렀다. 이어진 적포도 소스 돼지고기에는 개복숭아 트러플 절임이 곁들여져 향긋함이 더해졌다. 포도와 치즈 플래터, 그리고 포도 소르베와 파운드 케이크가 식사의 여운을 마무리했다.
만찬이 끝날 즈음엔 깜짝 이벤트도 있었다. 김 대표가 손님들에게 가위를 나눠주며 밤의 포도밭에서 포도를 따게 한 것. 이날이 올해 포도와 농장의 마지막 포도 수확날이었다. 다들 잠시 어린아이가 된 듯 천진난만하게 포도를 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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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도와의 자선 만찬은 단순한 식사가 아니었다. 인간과 자연이 다시 관계를 맺는 방식, 느리게 익어가는 삶의 미학을 보여주는 작은 축제였다. 음식이 예술이 되고, 예술이 나눔이 되는 자리였다. 근사한 농장 파티는 먼 나라 이야기가 아니었다. 우리의 땅, 우리의 계절에서도 가능했다. 기후위기 시대에 농업을 근간으로 예술적 농장 모델을 실험하는 용인의 작은 포도 농장의 진심이 깊이 느껴졌다.
용인=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