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특검 의존 아닌 독자적 할 일”… 총리실-정부기관 49곳에 ‘내란 TF’ 비상계엄 가담-협조 여부 전면 조사… 내년 2월 설 前에 인사 마무리 방침 野 “생각 다른 사람 숙청, 정치보복”
이재명 대통령이 1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이날 김민석 국무총리가 12·3 비상계엄과 관련한 공직자들의 가담 여부 등을 조사하는 ‘헌법존중 정부혁신 태스크포스(TF)’ 구성을 제안하자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고 답했다.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김 총리는 이날 생중계로 진행된 국무회의에서 “내란 재판과 수사가 장기화하면서 내란 극복이 지지부진한 현실”이라며 “내란에 가담한 사람이 승진 명부에 이름을 올리게 되는 문제가 제기되며 공직사회 내부적으로 반목을 일으키고 국정 추진 동력을 저하시킨다”며 ‘헌법존중 정부혁신 TF’ 구성을 제안했다. 이어 “TF는 내란에 참여하거나 협조한 공직자를 대상으로 합당한 인사 조치를 할 수 있는 근거 확보를 목표로 한다”면서 “내년 1월까지 조사를 마치고, 설 전에 후속 조치를 해 공직사회의 동요를 최소화하겠다”고 보고했다.
이 대통령은 김 총리의 제안에 즉각 “당연히 해야 될 일”이라며 “내란에 관한 책임은 관여 정도에 따라서 형사 처벌할 사안도 있고, 행정 책임을 물을 사람도 있고, 인사상 문책이나 인사 조치를 할 정도의 낮은 수준도 있기 때문에 꼭 필요할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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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은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논란 속에 ‘내란 청산’을 전면에 부각해 국면전환에 나선 것이라고 반발했다. 최보윤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문재인 정부 때는 ‘적폐 청산’, 지금은 ‘내란 청산’으로 이름만 바꿔 달았을 뿐 본질은 똑같다”며 “정권에 불편했던 공무원을 골라내고 다른 생각을 가졌던 사람을 숙청하겠다는 정치 보복의 칼날이 다시 번뜩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내년 설前 ‘내란 공직자’ 물갈이… 공직사회 “줄세우기 악용 우려”
[내란 가담’ 공직자 인적청산]
李, 국무회의서 ‘공직 조사 TF’ 승인… 내주 설치-내달 12일까지 대상 확정
가담 정도 따라 문책-인사조치 예고
지방선거 앞두고 내란 청산 부각… “친윤 낙인 찍어 솎아내기” 지적도
李, 국무회의서 ‘공직 조사 TF’ 승인… 내주 설치-내달 12일까지 대상 확정
가담 정도 따라 문책-인사조치 예고
지방선거 앞두고 내란 청산 부각… “친윤 낙인 찍어 솎아내기” 지적도
“내란에 관한 문제는 특검에만 의존할 일이 아니고 독자적으로 조사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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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李 “내란 관여 정도 따라 책임 물어야”
총리실은 이날 오후 곧바로 TF 구성 추진 계획을 발표했다. 조사 범위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선포 시점을 기준으로 6개월 전부터 4개월 후까지 총 10개월간 내란에 직접 참여하거나 협조한 행위이다. 총리실은 “내란 사전 모의 기간에 더해 4월 4일 탄핵 선고 시점까지 윤 전 대통령이 사실상 통치 행위를 수행한 것을 감안했다”며 “내란 사전 모의, 실행, 사후 정당화, 진실 은폐와 관련된 명백하고 직접적인 행위를 조사해서 책임을 추궁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직접 조사에 나선 것은 이재명 정부의 첫 국감에서 “공직사회 내란 청산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 제대로 털고 가야 한다”는 당정대의 공감대가 형성된 데 따른 것이라고 정부 관계자는 설명했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에겐 비상계엄에 가담한 공무원들이 불이익을 받지 않거나 승진하는 등에 대한 문제 제기가 담긴 투서가 전달됐다고 한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없이 출범해 이재명 정부 인사를 본격적으로 하지 못했다”며 “제대로 일할 의지가 있는, 국정철학에 맞는 사람들 중심으로 인사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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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속전속결로 비상계엄에 연루된 공직자들에 대한 조사와 인사 조치에 나설 계획이다. 지시 열흘 뒤인 21일까지 기관별 TF 설치를 마무리하고 약 한 달 뒤인 다음 달 12일까지 조사 대상을 확정한 뒤 내년 1월 31일까지 조사 결과를 보고하도록 하겠다는 것. 이어 설 연휴가 시작되기 직전인 내년 2월 13일까지 인사 조치까지 마무리한다는 방침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TF를 제대로 가동해 집권 2년 차 공직사회 기강을 바로잡아 민생 성과를 이끌어내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공직사회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제보를 바탕으로 조사가 이뤄지는 만큼 과거 정부에서 중용된 인사들을 친윤(친윤석열) 공직자로 낙인찍어 솎아내면서 ‘공직사회 줄 세우기’로 악용될 수 있다는 것. 이에 내년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공직사회 기강 잡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야당은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로 이 대통령의 사법 리스크가 부각된 가운데 국면 전환을 노리는 것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국민의힘 최보윤 수석대변인은 “대장동 항소 포기로 정국이 불리해지자 국민의 시선을 또다시 ‘망상 내란 프레임’으로 돌리려는 것”이라며 “선량한 공무원을 괴롭히지 말고, 대장동 재판부터 받는 것이 국민에 대한 도리”라고 주장했다.
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
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