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소설가 미시마 유키오
“미시마? 소설은 잘 쓰지. 그런데 작가는 별로.”
소설가 양선형이 ‘일본 작가 미시마 유키오(1925~1970)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지인들에게 물었을 때 받은 답변이라고 한다. 그는 8월 출간한 에세이 ‘미시마의 도쿄’(소전서림)에서 “미시마만큼 독자를 난처하게 만드는, 나아가 해괴한 충격에 빠뜨리는 이도 드물다”고 썼다.
미시마의 탄생 100년을 맞은 올해, 국내 문학계에서 조용하지만 뚜렷한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미출간 작품이 번역돼 나오는가 하면, 작가의 생애와 문학을 돌아보는 에세이도 잇따르고 있다. 1970년 천황제 부활을 촉구하며 할복으로 생을 마감하는 등 정치적 논란과 극단적 생애를 지닌 인물임에도 그의 문학이 다시 주목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광고 로드중
‘풍요의 바다’ 4부작
출판계에선 미시마가 그려낸 ‘인물’에 주목한다. 그의 작품에는 균열을 안고 흔들리는 인물이 등장한다. 정체성, 자존감, 고립감 같은 주제를 극단적으로 밀어붙인 작가였기에, 그만큼 현대적 재해석의 여지가 크다. 자전적 소설 ‘가면의 고백’(1949)의 주인공은 자신의 욕망을 감추기 위해 끊임없이 ‘정상’을 연기하지만, 그 연기가 무너질까 두려워한다. 대표작 ‘금각사’(1956)의 미조구치 역시 결핍에서 출발해 파국으로 끝난다. 말더듬이라는 콤플렉스와 타자와의 단절 속에서 그는 ‘아름다움’만을 절대적 가치로 붙든다. 그 숭배는 집착으로 변해 결국 금각사를 불태우는 극단적 선택으로 이어진다.
‘목숨을 팝니다’
문체와 재미 그 자체도 미시마 작품의 매력으로 꼽힌다. ‘풍요의 바다’를 편집한 박지아 민음사 해외문학팀 차장은 “오늘날 웹소설이라 해도 될 만큼 읽는 재미가 있다”며 “자기 친구를 환생된 상태로 계속 만나는데, 인간이 상상할 수 있는 극한의 재미에 도달하면서도 동시에 ‘공(空)’과 같은 불교적 주제를 진하게 느끼게 만든다”고 했다.
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