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운동회 , 전북 고창 1976년
도서출판 윤진에서 사진가 김녕만의 <사진의 향기>를 출간했다. 이 책은 1970년대의 사라져가는 전통적인 농경사회의 일상을 담은 흑백사진과 그 사진에 담긴 저자의 단상이 짝을 이루며 글과 사진의 상승작용을 보여준다. 봄 여름 가을 겨울로 나뉘며 펼쳐지는 농촌의 풍경과 서울 변두리 서민의 삶을 보여주는 사진들이 50년의 세월을 건너 따뜻하게 전해온다.
여름- 소 판 돈, 전북 고창 1978년
가을- 가을걷이, 경기 양주 1980년
봄- 동물가족, 경기도 남양주 1975년
반세기 전 아직 가난을 벗지 못했던 시절의 단면이지만 사진 한 장 한 장이 모두 사진가의 정겹고 구수하고 해학적인 시선과 맞물려 슬픔보다 그리움을 자아낸다.
겨울- 부부. 경기도 양주 1983년
여름- 멱감는 여인들. 전북 임실 1978년
그 시대를 살았던 사람의 감성을 자극하고 추억을 소환하며 사진에 감정이입이 일어난다. 그것은 이 책의 마지막 장 ‘공감’이란 제목 아래 이 책에 실린 51장 사진에 달린 감상자의 댓글이 증명해 준다. 저자의 글을 읽고 사진을 보며 저마다 꺼내 놓은 각기 다른 소감이 저자와 다른 경험과 추억을 추가하며 읽는 재미를 더해준다.
겨울- 우체부 전북 고창 1975년
작가는 서문에서 “사람과 풍경은 사라졌어도 눈빛과 체취는 남아 오늘을 응시한다. 어쩌다 발견하는 책갈피 속 마른 꽃잎처럼 한순간 박제된 시간의 봉인을 해제하는 사진. 흘러간 순간은 더 이상 기쁨도 슬픔도 아닌 채 다시 돌아갈 수 없어 편안하고 그러므로 마음껏 그립다.”라고 말한다. 사실 아무리 고된 삶도 돌아보면 그립기 마련이다. 다시 돌이키거나 돌아갈 수 없음을 알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순간을 동결시킨 사진이 있어 잠시라도 과거로 회귀할 수 있다. 저자는 그런 사진의 마법으로 그 시대를 살아온 사람들의 마음을 훔친다. 한 장의 사진이 단서가 되어 풀어내는 서사가 사람마다 다른 백 가지, 천 가지 이야기로 확장됨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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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농번기, 전북 고창1974년
사진의 향기, 도서출판 윤진 발행. 170x240mm, 136페이지 양장본, 값 2만원.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