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시스
5일 전남 완도군 완도읍 대신항에서 1㎞가량 떨어진 가두리 전복양식장에서 만난 어민 이현구 씨(47)는 “AI가 바다의 변화를 미리 알려준다”며 웃었다. 그는 올해 1월부터 AI 수산양식 플랫폼을 도입한 뒤 전복 생존율이 눈에 띄게 높아졌다고 했다.
이 씨의 양식장 880칸 중 한 칸에는 ‘관측소’가 설치돼 있다. 수온, 용존산소, 염분농도 등 해양환경을 실시간으로 측정하고 파도·바람 같은 해상상황과 전복의 먹이 활동을 감시하는 센서와 카메라가 달려 있다. 그는 “휴대전화로 언제든 양식장 상황을 확인할 수 있어 훨씬 수월해졌다”며 “AI가 전복의 ‘바다 주치의’가 된 셈”이라고 말했다.
● 고수온 위기, 데이터로 대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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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현재 전복양식장 3㏊, 전복 먹이용 미역·다시마 양식장 7㏊를 운영하며 연간 60만~70만 마리의 전복을 생산한다. 그러나 최근 몇 년간 기후변화로 수온이 급격히 오르면서 폐사가 잦았다. “전복은 수온 15~17도에서 가장 활발하게 움직이지만 23도를 넘으면 먹이 섭취가 줄고, 27도를 넘으면 먹이를 끊어야 살아남습니다.” 그는 “올여름 관측소가 실시간으로 수온을 알려줘 먹이량을 조절한 덕분에 폐사율이 지난해 5%에서 올해는 2%로 줄었다”고 했다.
기존 수산당국이 제공하는 데이터는 완도 전체 해역 평균 수온에 불과했지만, AI 관측소는 ‘내 양식장만의 데이터’를 핀셋처럼 제공한다. 이 씨는 “같은 완도라도 조류나 햇빛 차이로 수온 편차가 크다”며 “정확한 데이터가 있어야 먹이 조절도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 8곳 양식장에 시범 설치…‘치유바다’ 프로젝트 가동
완도군은 올해부터 기후변화 대응과 홍수출하 예방을 위해 ‘치유바다 AI 수산양식 플랫폼’을 본격 운영하고 있다. 완도읍, 노화도, 금일도 등 전복·광어 양식장 8곳에 관측소를 설치해 수온·염분·산소량 등을 실시간으로 측정하고 있다.
관측소에서 수집된 정보는 양식장 주인에게 즉시 전달되고, 동시에 완도군청 전산실로 전송돼 저장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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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I로 ‘수산일번지’ 위상 굳힌다
청정해역을 품은 완도는 전복을 비롯해 광어, 미역, 다시마, 김 등 양식 어종이 풍부한 ‘수산일번지’로 불린다. 2000년대 초반 산업화된 전복 양식은 2010년 6921㏊, 생산량 8578t에서 최근에는 3615㏊, 1만6341t으로 늘었다. 전국 전복 생산량의 70%가 완도에서 나온다.
하지만 기후변화와 과잉생산으로 전복값은 하락세다. 고수온으로 인한 폐사 우려에 어민들이 여름철 이전(4~6월)에 조기 출하를 하면서 ‘홍수출하’가 반복되고 있다. 전복 가격은 ㎏당 10마리 기준으로 2012년 4만8000원에서 올해 2만2000원으로 떨어졌다. “전에는 전복 양식으로 떼돈을 벌었다는 말이 나왔지만 지금은 현상유지 수준이에요. 한 번 폐사라도 크게 나면 바로 적자입니다.”
완도군은 AI와 사물인터넷(IoT) 기술이 이런 문제를 해소할 열쇠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AI 플랫폼을 통해 고수온을 예측하고 먹이량과 개체 수를 조절하면 폐사율을 낮출 뿐 아니라 생산원가 절감과 친환경 양식도 가능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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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