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년 전까지 무명이었던 맘다니 당선 무슬림-사회주의자 ‘이단아’ 평가에도 뉴요커 옥죄는 주거비-물가 공략 먹혀 트럼프 반발-부유층 동요 등 앞길 험난
4일(현지 시간) 실시된 뉴욕시장 선거에 승리한 민주당 조란 맘다니 후보가 지지자들의 환호에 답례하고 있다. 맘다니 후보는 무소속 앤드루 쿠오모 후보를 제치고 차기 뉴욕시장에 당선됐다. 2025.11.05. 뉴욕=AP/뉴시스
뉴욕타임스(NYT)는 “맘다니는 뉴욕의 오랜 정치와 재계 기득권에 맞서 반란군처럼 선거 운동을 펼쳐왔다”며 “이번 결과는 부패한 기성세대 정치인과 뉴욕 자본가들에 대한 중대한 반발을 의미한다”고 진단했다. 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대한 반감도 맘다니 당선인이 선거에서 승리할 수 있었던 배경으로 꼽힌다. 이날은 공교롭게도 트럼프 대통령 당선 1주년을 하루 앞둔 날이기도 했다.
● 임대료 동결 앞세워 소셜미디어 공략
광고 로드중
조란 맘다니 뉴욕 시장 당선인(왼쪽)과 그의 아내 라마 두와지가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2025.11.05. 뉴욕=AP/뉴시스
그는 뉴욕 시민들의 가장 큰 고민거리인 주택비와 생활물가를 집중 공략해 호응을 얻었다. 또 억만장자와 이스라엘을 비판하고 노동자와 팔레스타인을 지지해 젊은 세대와 이민자층에서 압도적 지지를 얻었다. 하지만 뉴욕의 유대계와 재계 기득권층의 강한 반발을 샀다. 뉴욕 출신의 유대인인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끝까지 맘다니 당선인에 대한 지지 선언을 하지 않았다.
AP 뉴시스
외신들은 기성 정치인에 대한 유권자들의 환멸도 판세를 갈랐다고 진단했다. 현 뉴욕시장인 에릭 애덤스는 지난해 부패 혐의로 기소된 인물이고, 이번 선거에서 맘다니 당선인과 경쟁했던 앤드류 쿠오모 전 뉴욕 주지사는 성추행 혐의로 주지사직에서 물러난 전력이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강력한 반(反)이민 정책 역시 선거에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 나온다. 맘다니 지지자인 청년 데릭 씨는 “뉴욕은 이민자의 도시이고, 이민자인 내 친구들을 지켜주려고 맘다니를 뽑았다”고 말했다.
광고 로드중
조란 맘다니 뉴욕 시장 당선인이 4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 시장 선거에서 당선된 후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올해 34세인 인도계 무슬림인 민주당의 맘다니 후보가 미국 최대 도시 뉴욕에서 시장으로 당선됐다. 2025.11.05. 뉴욕=AP/뉴시스
맘다니 당선인의 급진 진보 성향과 부유층과 기업에 대한 증세 움직임 등에 반감을 느낀 기업과 부호들이 뉴욕을 떠나 다른 곳으로 이주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뉴욕포스트는 “이는 시 재정에 막대한 피해를 줄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스라엘 다음으로 많은 유대인이 거주하고, 2001년 이슬람 극단주의단체 알카에다가 진행한 ‘9·11 테러’ 트라우마가 강하게 남아있는 뉴욕의 정서도 맘다니 당선인에겐 극복해야 할 부분이다. NYT는 뉴욕의 많은 유대인과 재계 지도자들이 그를 불신하고 있는 만큼 내년 1월 1일 취임 뒤 그가 심각한 어려움에 직면하게 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
이지윤 기자 asa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