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중러 비밀리에 계속 핵실험… 33년 동안 중단한 美도 재개해야” 시진핑과 회담前 ‘재개’발언 재확인 핵전력 급속 강화 中겨냥 분석 “주요국 핵군비 경쟁 촉발 우려” 지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일 플로리다주 팜비치의 사저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워싱턴으로 돌아오는 전용기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그는 이날 공개된 CBS 인터뷰에서 “핵무기를 만들고도 실험을 안 한다는 게 말이 되나. 그게 어떻게 작동하는지 우리는 실험해야 한다”고 밝혔다. 에어포스원=AP 뉴시스
광고 로드중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한은 계속 핵실험을 한다. 러시아와 중국도 공개하진 않지만 (핵실험을) 하고 있다”며 미국도 33년간 중단한 핵실험을 재개할 거라고 밝혔다. 그는 2일(지난달 31일 사전녹화) 공개된 CBS방송 ‘60분’ 인터뷰에서 “핵무기를 만들고도 실험을 안 한다는 게 말이 되나. 그게 어떻게 작동하는지 우리는 실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그는 지난달 30일 부산에서 열린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의 미중 정상회담을 1시간 앞두고 핵실험 재개를 전격 선언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잇따라 핵실험 발언을 내놓는 건 중국, 러시아의 핵 위협 수위가 높아지고 있는 만큼, 미국의 압도적인 핵 전력을 과시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때문으로 해석된다. 다만 미국이 핵실험 재개에 나서면 주요국의 핵 군비 경쟁이 촉발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지난달 30일 트럼프 대통령의 핵실험 재개 발언 직후 러시아는 “누군가 (핵실험) 유예를 어기면 러시아는 그에 따라 대응할 것”이라며 핵 경쟁에서 물러서지 않겠단 뜻을 나타냈다.
● “중-러 깊은 지하에서 핵실험 하고 있어”
광고 로드중
앞서 러시아는 지난달 26일 신형 핵추진 순항미사일 ‘부레베스트니크’의 발사 성공을 발표한 데 이어, 사흘 뒤 핵무기 탑재가 가능한 수중 무인기(드론) ‘포세이돈’ 실험 성공을 알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가 단순히 핵 탑재 또는 핵을 동력으로 한 무기를 시험하는 수준을 넘어 비밀 핵실험까지 하고 있다고 주장한 만큼 파장이 예상된다. 러시아는 공식적으로 핵실험 사실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의 핵실험 메시지는 최근 핵 전력을 빠른 속도로 강화하는 중국을 겨냥한 포석이란 분석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중국에 대해 “4, 5년 내 (핵이) 너무 많아질 것”이라고 경계감을 드러냈다. 미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에 따르면 중국의 핵무기 보유량은 2020년 300기에서 2025년 약 600기로 늘었다. 또 2030년에는 1000기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트럼프 행정부가 다양한 방식으로 향후 핵 군축을 대(對)중국 압박 카드로 사용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 ‘실제 폭발 없는’ 핵실험 나설 듯
미국이 핵실험에 나선다면 실제 폭발이 없는 방식이 채택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 행정부의 핵무기 담당 부처인 에너지부의 크리스 라이트 장관은 이날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우리가 이야기하고 있는 실험은 시스템 테스트이며, 이를 ‘비임계(非臨界) 폭발’이라고 부른다”고 했다. 핵폭발은 핵분열 과정에서 방출된 중성자가 또 다른 핵분열을 일으키는 연쇄 반응의 결과인데, 이 연쇄 반응이 이뤄지지 않도록 핵물질 양 등을 조절하겠다는 것. 이 경우 핵폭발 없이도 핵무기 성능 등을 측정할 수 있다.
미국이 핵실험을 재개하면 다른 핵보유국들에 핵실험 명분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CSIS는 “미국이 핵실험에 복귀하면 다른 나라도 뒤따를 것이며, 이는 중국의 핵 능력 확장에 더욱 기여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광고 로드중
워싱턴=신진우 특파원 niceshin@donga.com
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