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룸버그와 인터뷰 “합의 지연이 실패 의미는 아냐 EU 협상 방식에서 배울 점 있어 한국, 美中 두 개의 맷돌에 낀 격”
이재명 대통령이 26일(현지 시간)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한 호텔에서 열린 동포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5.10.26. [쿠알라룸푸르=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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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이 한국의 3500억 달러(약 480조 원) 규모 대미 투자 관련 “한미가 주요 세부 사항을 두고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맞춰 무역 협상을 마무리하지 못할 수 있다는 예측도 내비쳤다.
이 대통령은 27일 공개된 미 경제 매체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를 통해 “투자 방식과 규모, 손실 분담 및 배당금 배분 등 모든 부분이 여전히 난제로 남아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미국이 자국의 이익을 극대화하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그것이 한국에 재앙적인 결과를 초래할 정도여서는 안 된다”고 선을 그었다.
다만 이 대통령은 “논의는 진행 중이고 의견 차이가 있지만, 합의 지연이 반드시 실패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며 합의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29일 한미 정상회담을 가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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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이 대통령은 일본과의 비교를 일축하며 “한국 역시 유럽연합(EU)이 트럼프 행정부와 협상한 방식에서 배울 점이 있다”며 “한국은 미국의 동맹이자 친구다. 모든 당사자가 수용 가능한 합리적 결과를 도출할 수 있을 것이라 믿고, 그렇게 해야만 한다”고 답했다.
이 대통령은 최근 미국 조지아주에 건설 중인 현대차-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 공장에 대한 미국 이민당국의 단속 이후, 신중해진 한국 내 여론도 전했다. 이 대통령은 “양국이 비자 제도를 개정하기 위해 협의 중이며 머지않아 해결책이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면서도 “근로자의 안전과 합리적 처우가 보장되지 않으면 미국 내 공장 건설이 심각하게 지연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안보 분야 관련해선 “주한미군이 한반도 평화와 안보 유지에 필수적이라는 것은 분명하다”면서 “국제사회의 현실은 우리가 주한미군의 운명을 결정할 수 없다는 것”이라고 했다. 또 국방비를 국내총생산(GDP)의 2.3%에서 3.5%로 증액하는 계획에 대해서는 “미국의 요구보다는 자주 국방을 보장하려는 한국 정부의 기조”라고 답했다. 이 대통령은 “한국이 외부 요인과 관계없이 북한을 억제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6년 만에 열리는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국가 주석간 회담 관련 이 대통령은 한국의 처지를 ‘두 개의 맷돌 사이에 낀 격’이라고 비유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이 대통령이 세계 최대 경제 대국인 미국과 한국의 최대 무역 상대국인 중국 간 긴장이 완화되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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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진 기자 psj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