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국내에 출시된 비만 치료 주사제 위고비는 고도 비만 환자나, 과체중이면서 고혈압·고지혈증 같은 질환이 있는 환자가 병원에 가야 처방받을 수 있는 전문의약품이다. 특히 12세 이상 청소년은 성인보다 오남용으로 인한 부작용 우려가 커 최근에야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처방 승인이 났다. 하지만 해외 직구 사이트와 텔레그램에서는 승인 이전부터 비만 정도나 나이에 관계없이 누구나 쉽게 살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동아일보 취재팀이 간단한 온라인 검색으로 찾아낸 해외 직구 사이트와 텔레그램 구매 대행 채널에서는 이메일과 주소만 입력하면 위고비를 택배로 받을 수 있었다. 처방전이나 신분 확인은커녕 ‘미성년자나 병원에 못 가는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며 불법 구매를 부추겼다. 결제는 코인이나 상품권으로 이뤄져 거래 흔적이 남지 않는다고 한다. 식약처에 따르면 비만 치료제 온라인 불법 판매 알선·광고 적발 건수는 2021년 39건에서 위고비가 출시된 지난해 522건으로 급증했다.
덴마크 제약사가 개발한 위고비는 효과가 좋은 비만 치료제로 세계적 인기를 끌고 있지만 메스꺼움이나 구토 같은 초기 증상부터 담낭염, 급성 신부전, 급성 췌장염 등의 부작용이 보고되고 있다. 특히 미성년자는 성인에 비해 담석증과 담낭염 등의 발생률이 높고, 요요 현상으로 고도비만이나 골다공증까지 겪을 수 있다고 한다. 병원에서 합법적으로 적정량을 처방받아 주사해도 부작용이 생길 수 있는데 불법으로 구매한 주사제의 오남용 후과는 어떻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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