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김수진 기자 sooj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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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에 진출했다가 국내로 돌아온 ‘유턴기업’이 12년 동안 200개에 그쳤다. 이른바 ‘유턴기업 지원법’이 시행된 2014년부터 올해 9월까지 집계한 결과다. 2021년 26곳에 달했던 유턴기업은 해마다 감소해 올 상반기엔 5곳에 불과했다. 반면 해외 직접투자를 통해 해외로 진출한 국내 기업은 상반기 2437곳으로 1년 전보다 63% 넘게 급증했다. 유턴기업의 480배를 웃도는 수준이다. 정부가 지원법까지 만들어 해외로 나간 기업들의 국내 복귀에 팔을 걷어붙였지만 사실상 헛바퀴만 돈 셈이다.
이는 유턴기업에 대한 인센티브가 부족한 탓이 크다. 반도체 등 첨단산업에 대한 유턴 보조금을 수도권 200억 원, 비수도권 400억 원으로 높였지만 대기업의 복귀를 이끌어내기에 턱없이 부족하다. 법인세, 소득세, 재산세 등 각종 세제 혜택을 받는 것도 까다롭다. 해외 생산시설을 감축하거나 폐쇄하고 국내 사업장을 새로 증설한 게 확인돼야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그 결과 4년간 유턴기업이 받은 법인세 감면액은 81억 원에 그쳤다.
무엇보다 경직된 노동시장과 겹겹이 쌓인 규제가 해외 진출 기업의 유턴을 가로막는 걸림돌이 되고 있다. 한번 뽑으면 사실상 해고가 불가능한 고용 환경과 경직적인 주 52시간제, 높은 인건비와 법인세, 최고경영자에게 과도한 형사 책임을 묻는 중대재해처벌법, 수도권 입지 규제 등이 우리 기업들을 해외로 내몰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 조사에서도 해외로 나간 기업의 93%가 유턴 계획이 없다고 답했고, 1순위 이유로 노동 규제를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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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공급망 재편이 가속화되는 상황에서 우리만 이 같은 흐름에서 도태된다면 국내 투자와 고용이 위축되고 제조업 공동화를 초래할 수 있다. 미국발 관세 폭풍의 여파로 해외 생산기지 이전을 검토하는 국내 기업이 늘어난 만큼, 이들을 끌어올 수 있도록 파격적인 유인책을 마련해야 한다. 국내 기업이 해외에서 번 돈을 들여와 국내에 투자하는 ‘자본 리쇼어링’에 대한 지원 확대도 필요하다. 글로벌 스탠더드와 동떨어진 규제를 그대로 둔 채 유턴기업이 늘기를 바라는 건 헛된 욕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