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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브르 도난 보석가치 1460억원… 뻥뚫린 보안, 보험가입도 안해

입력 | 2025-10-23 03:00:00

최근 10년 방문객 꾸준히 늘었지만
CCTV 부족… 보안인력 200명 감축
막대한 보험료에 유물보험 손놓아… 佛당국, 수사팀 보강해 범인 추적
지난달 자연사박물관 금덩이 도난… 훔친 中여성 스페인서 체포해 이송



20일 프랑스 파리 루브르박물관이 전날 발생한 왕실 보석 도난 사건으로 임시 휴관에 들어간 가운데 이를 모르고 방문한 관람객들이 정문에서 대기하고 있다. 도난품은 나폴레옹 1세 부인의 에메랄드 목걸이 등 18, 19세기 왕실 보물 8점으로 시가로 8800만 유로(약 1460억 원)에 달한다. 파리=AP 뉴시스


최근 프랑스 파리 루브르 박물관에서 도난당한 왕실 보석의 가치가 8800만 유로(약 1460억 원)에 이른다고 현지 수사 당국이 21일 밝혔다. 18, 19세기 유물 강탈로 프랑스 정부의 문화유산 관리에 구멍이 났다는 비판이 커지는 가운데 지난달 파리 자연사박물관에서 150만 유로(약 24억 원) 상당의 금덩이를 도난당한 사실이 전해졌다.

루브르 박물관 도난 사건을 수사 중인 프랑스 검찰의 로르 베퀴오 검사장은 이날 언론 인터뷰에서 “루브르 박물관이 손실액을 8800만 유로로 추산했는데 이례적으로 큰 금액”이라며 “더 큰 손실은 역사적 유산이 사라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보석을 녹이거나 쪼개면 판매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할 것이다. 범인들이 매우 나쁜 생각을 하지 않길 바란다”고 했다.

● 수사 인력 대폭 보강하고 범인 추적

이날 프랑스 당국은 수사팀을 60명에서 100명으로 대폭 보강했다. 지문 분석 등 현장 감식을 통해 4명의 범인이 연루됐음을 확인했다. 경찰은 박물관 주변과 파리 외곽 주요 고속도로 폐쇄회로(CC)TV 영상을 조사하는 등 스쿠터를 타고 도망친 범인들의 흔적을 추적하고 있다.

앞서 범인들은 일요일 개장 시간인 19일 오전 9시 30분경 사다리차를 이용해 내부로 침입한 뒤 진열장의 고성능 보안 유리를 깨고 프랑스 왕실 보물 8점을 훔쳐 달아났다. 도난품에는 나폴레옹 1세가 부인 마리 루이즈 황후에게 선물한 에메랄드 다이아몬드 목걸이, 나폴레옹 3세의 부인 외제니 황후의 왕관 및 브로치, 18세기 마리아멜리 왕비와 오르탕스 왕비의 사파이어 목걸이 등이 포함됐다.

절도범들은 사다리차 트럭을 이사 목적으로 빌리는 것처럼 위장했고, 결국 트럭을 빼앗아 범행 현장으로 가져갔다고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사다리차를 빼앗긴 사람이 경찰에 신고했는데, 신고 장소는 파리 북부의 루브르라고 불리는 작은 마을이었다고 한다. 박물관 이름과 같은 데 대해 베퀴오 검사장은 “우연의 일치”라고 했다.

도난 유물들은 별도 보험에 가입돼 있지 않은 상태다. 프랑스 문화부는 막대한 보험료 부담으로 국가 소장 유물들에 대해 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초유의 유물 강탈 사건 발생에 프랑스 박물관의 부실한 보안 실태에 대한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프랑스 감사원에 따르면 루브르 박물관의 시설 보완은 2019년부터 지속적으로 지연됐다. 미국 ABC방송에 따르면 루브르 박물관의 쉴리관은 40%, 리슐리외관은 25%만 CCTV가 설치돼 있다. 최근 10년 동안 꾸준한 방문객 증가에도 불구하고 박물관 보안 인력은 약 200명 줄었다. 로랑스 데 카르 루브르 박물관 회장은 올 초 프랑스 문화부에 대대적인 시설 보완을 요청하며 “노후 정도가 우려스러운 수준”이라고 했다.

● 파리 자연사박물관에선 금덩이 도난

파리 국립자연사박물관에서도 대형 도난 사건이 벌어졌다. 파리 검찰청은 지난달 16일 새벽 자연사박물관에 침입해 6kg짜리 금덩이를 훔쳐 달아난 24세 중국인 여성을 붙잡았다고 21일 밝혔다.

범행 사실은 당일 아침 청소 직원이 전시실 바닥에서 잔해를 발견한 뒤 신고해 알려졌다. 감식 결과 박물관 문 2개가 절단기로 잘렸고, 금덩이가 전시된 진열장 유리가 부서졌다. 현장 주변에선 절단기와 드라이버, 용접기 연료용 가스통 3개, 톱 등이 발견됐다. CCTV 영상에 따르면 중국인 여성은 오전 1시경 박물관에 침입해 오전 4시경 빠져나간 것으로 확인됐다.

피해 유물은 볼리비아 우랄산맥에서 발견된 금덩이다. 1833년 러시아 차르 니콜라이 1세가 이 박물관에 기증했다. 이 같은 자연산 금덩이는 일반 금괴보다 가치가 더 높은데, 시가로 약 150만 유로에 이른다고 프랑스 검찰은 추산했다.

프랑스 검찰은 유럽 내 사법 공조 체계를 가동해 지난달 30일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범인을 체포해 프랑스로 데려왔다. 체포 당시 범인은 훔친 금덩이를 녹인 일부(1kg)를 소지하고 있었고, 발각 직후 이를 버리려고 했다. 검찰은 나머지 금덩이의 행방과 공범 유무를 수사 중이다.



파리=유근형 특파원 noe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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