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게 살뺀다’ 유혹… 여성 처방 90% 불면증 등 부작용 신고 3년새 43% ↑ 환자가 원하면 바로 약물처방 흔해 “오남용 막기 위해 처방 기준 강화를”
최근 ‘꿈의 비만약’으로 관심을 받는 GLP-1(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 계열 주사제 ‘위고비’와 ‘마운자로’에 앞서 이미 시중에 유통되던 마약류 식욕억제제 또한 2030 여성들에게 여전히 확산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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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김모 씨(28)는 체중 감량을 위해 3년 전 마약류 식욕억제제를 처방받았다. 식사량이 3분의 1로 줄면서 체중은 급격히 빠졌지만 부작용이 나타났다. 이틀 밤을 꼬박 새울 정도로 불면증에 시달렸고, 기억력도 나빠져 직장 생활에도 지장이 생겼다. 김 씨는 “약을 끊으면 요요 현상이 왔지만, 한번 쉽게 살을 빼고 나니 운동과 식단으로 감량하는 건강한 다이어트로 돌아가는 게 쉽지 않다”고 했다.
최근 5년간 연평균 110만 명 이상이 마약류 식욕억제제를 처방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총처방량은 10억 정이 넘었다. 쉽게 살을 뺄 수 있다는 유혹에 마약류 식욕억제제 오남용이 근절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 마약류 식욕억제제 5년간 10억 정 처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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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마약류 식욕억제제 처방 환자 대다수는 여성이었다. 여성 환자는 96만9341명으로 전체 환자의 89.7%를 차지했다. 10대 이하 청소년 5899명도 55만여 정의 마약류 식욕억제제를 처방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남가은 고려대구로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여학생 중에는 비만 관리보다는 더 예뻐지고 싶다는 욕망에 식욕억제제를 처방받는 경우도 있다. 처방 기준에 맞지 않으면 효과보다 부작용이 클 수 있다”고 우려했다.
● 부작용 신고 3년 새 42.6% 늘어
전문가들은 부작용 우려가 큰 펜터민, 펜디메트라진, 암페프라몬 등의 오남용 가능성을 우려한다. 지난해 펜터민은 약 70만 명이, 펜디메트라진은 약 50만 명이 처방을 받았다. 이런 성분은 교감 신경을 자극해 혈압 상승, 두근거림 등의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 지난해 마약류 식욕억제제 이상 사례 보고는 455건으로 2021년 319건보다 42.6% 늘었다. 오상우 동국대 일산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식욕 억제 효과가 잠깐 발생했다가 사라지면 많은 환자들은 여러 성분을 섞은 더 센 처방을 받는다. 부작용은 심해지고, 지방보단 근육 손실로 건강을 해치는 경우가 많다”고 우려했다.
마약류 식욕억제제 처방 기준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영국, 프랑스는 마약류 식욕억제제 처방을 금지하고 비향정신성 약물만 허용한다. 일본, 미국 등은 체질량지수(BMI) 27∼35 이상 환자에게 마약류 식욕억제제를 처방한다. 대한비만학회 비만치료지침에 따르면 비약물치료에서 실패하면 BMI 25 이상도 약물 치료를 고려하도록 하고 있다. 의료 현장에선 환자가 원하면 약물 치료를 우선 처방하는 사례도 흔하다. 이렇다 보니 펜터민의 미국 내 복용자가 총인구의 0.31%(약 107만 명)인데, 한국은 1.35%(약 70만 명)로 4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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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민 기자 m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