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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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이 늦은 나이에 아이를 낳을수록, 자녀에게 질병 위험이 높은 ‘유해한 유전자 변이’를 물려줄 위험이 커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영국 웰컴 생거 연구소(Wellcome Sanger Institute)와 킹스칼리지 런던(King’s College London) 연구진은 고해상도 염기서열 분석 기술인 나노시퀀싱(NanoSeq)을 이용해, 20대부터 70대까지 남성의 정자 DNA 변이를 정밀 분석했다.
그 결과, 나이가 들수록 정자에서 돌연변이 발생률이 증가했을 뿐 아니라, 일부 돌연변이는 ‘이기적 돌연변이(selfish mutation)’로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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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돌연변이 중 다수는 이미 발달 장애나 암 등 심각한 질환과 관련된 유전자로 알려져 있다.
제1저자인 생거 연구소의 매튜 네빌(Matthew Neville) 박사는 “정자 내 돌연변이에 자연 선택이 어느 정도 작용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실제로 질병 관련 변이가 이렇게 많이 증가한다는 점은 놀라웠다”라고 말했다.
연구진은 24세에서 75세까지의 건강한 남성 57명으로부터 정자 샘플 81개를 수집해 분석했다.
이 중에는 일란성 쌍둥이 8쌍, 이란성 쌍둥이 3쌍이 포함됐다. 연구진은 유전적으로 동일한 사람들 사이에서 나이에 따른 돌연변이 차이를 비교함으로써 ‘노화 효과’를 독립적으로 평가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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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 결과, 30대 남성의 정자 중 약 2%에서 질병을 유발할 수 있는 DNA 돌연변이가 발견된 반면, 43세 이상 중년 및 고령 남성에서는 이 비율이 3~5%로 증가했다. 70세 남성의 경우 평균 4.5%의 정자가 잠재적으로 해로운 변이를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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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연구는 정자 형성 과정 중 일어나는 양성 선택(positive selection)이 질병 원인 돌연변이의 발생 위험을 2~3배 높이고, 그 결과 중년 이상 남성의 정자 중 약 3~5%가 병원성 돌연변이를 포함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이는 고령 아버지에게서 태어난 자녀의 질병 위험이 이전에 알려진 것보다 더 폭넓게 증가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공동 연구자인 매트 휼스(Matt Hurles) 웰컴 생거 연구소 인간유전학 선임 연구팀장(공동 교신저자)는 “일부 DNA 변화는 단순히 살아남는 데 그치지 않고, 고환 안에서 번성할 수 있다”며 “따라서 나이가 들어 자녀를 갖는 아버지는 자신도 모르게 해로운 돌연변이를 자녀에게 전달할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라고 말했다.
다만 연구진은, 모든 돌연변이가 반드시 자녀에게 유전되는 것은 아니며, 일부는 오히려 배아 발달을 방해해 수정이나 임신 가능성을 낮출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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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연구논문 주소: https://doi.org/10.1038/s41586-025-09448-3
박해식 기자 pistol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