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용 연세웰정신건강의학과의원 원장
이런 생각이 들 때는 내 생각의 흐름이 보이게 글로 적어 보는 것이 효과적일 수 있다. 이는 진료실에서 실제 사용하는 치료 기법이기도 하다. 사람들이 다 나를 싫어한다는 생각이 들면 그에 대한 근거와 그 근거의 신뢰도를 적어 본다. 구체적이고 합리적인 근거가 나오는 경우는 거의 없다. 대부분 내가 가진 불안을 상대방에게 투사하며 만들어진, 근거 없는 느낌일 뿐이다.
또한 내가 아닌 가까운 친구가 이런 회피성 성격의 말을 한다면 나는 어떻게 말해줄 것인가에 대해 이야기하고 적어 보기도 한다. 그런 친구가 한심하다며 비난하는 이는 아무도 없다. 대신 이런 글들을 남긴다. ‘너는 나쁘거나 잘못된 사람이 아니야. 그저 불안을 줄이는 방법으로 회피를 선택해 온 것이지.’ ‘그런 불안 때문에 많이 힘들었겠구나.’
매번 회피하는 자신을 부정적으로 인식하며 자기비난에 길들여진 이들이 이러한 과정을 통해 조금씩 변화를 겪는다. 스스로를 향해 따뜻한 말을 건네는 시도가 시작된다. 또한 마냥 불안과 자신을 동일시했던 이들이 불안을 분리시켜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된다. 사실 불안은 누구에게나 있어 필수적인 감정이며, 없애려 노력한다고 해서 사라지지도 않는다. ‘불안해하면 안 돼!’라고 다짐할수록 불안에 더 옭매인다. 대신에 ‘불안이라는 감정에 또 잠겼구나. 나를 지키려는 시스템이 다소 과도하게 작동했구나. 그러면 이 경보를 끄기 위해 심호흡부터 해볼까?’라며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것으로 시각을 돌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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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용 연세웰정신건강의학과의원 원장은 2017년 팟캐스트를 시작으로 2019년 1월부터 유튜브 채널 ‘정신과의사 뇌부자들’을 개설해 정신건강 정보를 소개하고 있다. 10월 기준 채널의 구독자 수는 약 29.7만 명이다. 에세이 ‘빈틈의 위로’의 저자이기도 하다.
김 원장의 ‘회피성 성격, ‘이렇게’ 해야 합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Wk1vTNOEykg)
김 원장의 ‘회피성 성격, ‘이렇게’ 해야 합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Wk1vTNOEykg)
김지용 연세웰정신건강의학과의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