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스팀은 “왜 AI 대응 조치를 완화했을까?”[게임 인더스트리]

입력 | 2025-10-17 10:00:00


최근 서비스를 시작한 AI 프로그램 ‘소라’가 엄청난 파장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동영상 AI인 ‘소라’는 실제 영상과 흡사할 정도의 영상을 AI로 제작할 수 있는 프로그램인데요. 챗 GPT와 연계된 과금 정책을 앞세워 출시 5일 만에 100만 다운로드를 돌파하기도 했죠.

문제는 그다음부터였습니다. 이 ‘소라’ AI에 저작권을 가진 애니메이션 캐릭터를 활용한 영상이 쏟아지기 시작했고, 이미 고인이 된 유명 인물들을 희화화하는 영상이 널리 퍼져 큰 논란에 휩싸였습니다. 

AI 이미지(자료 출처-셔터 스톡)

이에 대해 ‘소라 AI’의 CEO인 샘 알트먼은 공식 발표를 통해 “많은 피드백이 들어오고 있다. 향후 수익이 나면 일부를 권리 보유자와 공유하도록 노력하겠다.” 등의 두루뭉술한 답변으로 저작권 논란에 불을 지피기도 했죠.

이처럼 범람하는 AI 프로그램 규제에 대한 갑론을박은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는데요. 재미있는 것은 이 AI의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는 게임 업계 역시 이 AI 작업물에 대해 플랫폼마다 저마다 자체적인 형식으로 규제에 나서고 있다는 것입니다. 



스팀 - 완전 금지에서 일부 허용 “단 성인물은 제외”

현재 PC 패키지, 온라인 게임에서 절대적인 영향력을 지닌 밸브의 ‘스팀’은 2023년 중반까지 AI 생성 콘텐츠가 포함된 게임에 대해 사실상 ‘제재’ 또는 ‘등록 거부’ 조치를 취했습니다. AI로 제작된 게임 제작물의 저작권이 확실히 소명되지 않는 한 서비스를 할 수 없다는 이유였습니다. 

하지만 2024년 밸브는 이 강경했던 입장을 다소 완화했는데요. 2023년 이미 생성형 AI 시장이 약 136억 달러 수준으로 성장했고, AI로 개발된 콘텐츠가 도입된 게임이 물밀듯이 출시되고 있는 상황에서 시장의 요구를 완전히 외면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죠. 

이에 밸브는 스팀 플랫폼에서 인공지능(AI)으로 생성된 콘텐츠를 공식적으로 허용하되, 그 사용 범위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는 방침을 발표했습니다.

이 새로운 방침의 핵심은 “모든 AI 제작물의 사용을 공개하라”입니다. 이 조치 이후 개발자는 스팀에 게임을 등록하려면, 제작 과정에서 AI를 어떤 방식으로 활용했는지 상세히 보고해야 했습니다.

AI 규제 완화에 나선 스팀(자료 출처 - 스팀 커뮤니티)

그것도 단순히 ‘사용했다’라는 수준이 아니라 이 게임에 적용된 AI가 콘텐츠를 제작하는 데 사용한 ‘프리젠(pre-generated) AI’인지, 플레이 도중 실시간으로 콘텐츠를 생성하는 ‘라이브(live-generated) AI’인지까지 구분하는 매우 세밀한 조치였습니다.

여기에 개발자는 자신이 만든 AI 자산이 불법 학습 데이터에서 비롯되지 않았다는 보증서를 제출해야 하며, 실시간 AI를 사용하는 경우 부적절한 결과물이 나오지 않도록 ‘가드레일(안전장치)’ 구조를 설계해야 했습니다.

이에 스팀에는 “이 게임은 AI 기반 자산을 포함합니다.”라는 문구가 의무적으로 적용되었고, 덕분에 유저는 이를 보고 구매 여부를 판단할 수 있게 됐습니다. 여기에 신고 제도까지 도입하여 플레이 중 실시간으로 생성된 이미지나 텍스트에서 부적절한 표현이 발견되면, 이용자가 바로 신고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단 성인용 AI 콘텐츠는 여전히 전면 금지 정책을 유지했습니다. AI가 성적이거나 폭력적인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것에 대한 불관용 방침은 유지한 것이었습니다. 

구글 (자료출처- 구글)




AI를 인프라로 취급하는 구글

안드로이드 시스템을 제공하고 있는 구글은 스팀과는 조금 다른 길을 걷고 있습니다. AI를 규제 대상이 아닌 하나의 기반 시스템 즉 ‘인프라’로 보고 있는 것이죠.

실제로 구글은 AI 도입에 가장 적극적인 기업 중 하나입니다. 여러분이 사용하는 크롬에 AI 검색 모드를 추가했고, 2024년에는 구글 클라우드와 제미니(Gemini) 모델을 결합한 ‘Living Games’ 프로젝트를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이 ‘Living Games’ 프로젝트는 게임의 NPC가 유저의 행동 패턴에 따라 다른 행동을 취하는 AI 기술을 선보였고, 곧 이를 활용한 다양한 게임이 출시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구글 역시 AI 저작권에 대한 규제는 이어가고 있습니다.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는 ‘AI 생성 콘텐츠 정책’을 명시해, 음란물·폭력물·허위 정보·저작권을 침해한 콘텐츠를 AI로 생성한 게임과 애플리케이션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구글 AI 정책(자료 출처-구글 플레이)

또한, AI 기능을 사용하는 개발자는 이러한 콘텐츠가 발생하지 않도록 필터링 시스템을 직접 구축해야 하며, 이를 어길 시 앱이 삭제될 수 있다고 명시했죠. 또한 스팸, 멀웨어, 사기, 명의도용 등을 금지하는 ‘Prohibited Use Policy’를 통해 AI 제작물에 대한 기준을 제시했고, 생성된 이미지에는 ‘SynthID 워터마크’를 삽입해 AI가 만든 콘텐츠임을 식별할 수 있게 했습니다. 

스팀이 AI 게임에 ‘공개’하는 것에 그쳤다면, 구글은 AI 게임을 포함한 모든 작업물에 대해 자체적으로 이를 식별하고, 추적하는 시스템을 구축한 셈이었습니다.

애플(자료 출처-애플)





앱 생태계 보호를 위해 나서는 애플

애플은 아이클라우드와 애플 스토어를 통해 자체적인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습니다. 이는 AI 게임도 예외는 아니었는데요. 

애플은 자체 가이드 라인 심사 정책에 AI 생성 콘텐츠나 모델이 게임 앱 내 기능으로 포함될 경우 그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문제(유해 콘텐츠, 저작권, 허위 정보 등)에 대한 책임을 개발자가 져야 한다는 원칙을 내세우고 있습니다. AI로 개발된 게임을 올리는 것은 자유지만, 이에 대한 문제는 전적으로 개발자가 진다는 것입니다.

여기에 2025년 WWDC에서 애플은 AI 게임 및 작업물에 자체적으로 AI가 사용되는 것을 포함하는 ‘앱 스토어 태그’(App Store Tags) 기능을 도입하겠다고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여러 플랫폼에서 AI 게임을 비롯한 제작물에 대한 다양한 규제와 운영 정책을 운용하고 있지만, 여전히 AI 작업물에 대한 저작권과 비윤리적인 부분의 논란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학습 과정이 불투명한 AI의 특성상 개별 창작자가 학습 경로를 증명하기란 불가능에 가깝지만, 그렇다고 이를 완전히 틀어막는다면 AI의 핵심인 “학습 능력”에 대한 제재를 하는 것과 다름이 없어 이를 완전히 막기도 어렵기 때문입니다.

다양한 AI 기반의 게임들(자료 출처-스팀)

하지만 이러한 논란에도 불구하고, AI는 게임 산업은 물론, 모든 산업 전반에 시장의 판도를 바꿀 수 있는 ‘게임 체인저’(Game Changer)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스팀의 경우 2024년 발표된 규제 조치에도 불구하고 약 천 개 수준이었던 AI 게임이 2025년에는 800% 이상 증가했을 정도일만큼 AI는 게임 시장에 피할 수 없는 흐름으로 다가오고 있죠.

여기에 이제 AI 기술은 단순한 생성 도구를 넘어 자율적 판단과 협업을 진행하는 ‘에이전트형 AI’ 시대로 진입을 앞두고 있습니다. 과거 알파고가 프로 바둑기사들이 예상할 수 없었던 수를 선보여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었던 것처럼, 이제 게임도 인간이 생각할 수 있는 영역을 넘어서는 콘텐츠를 선보일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과연 이 유용하지만 논란을 품고 있는 AI의 기술에 대해 플랫폼들이 유저와 개발자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새로운 절충안을 내놓을 수 있을지 앞으로의 모습이 궁금해집니다.




조영준 게임동아 기자(june@gamedonga.co.kr)


트랜드뉴스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