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교육청, 행정심판위 열어 처분 취소 “목격자 진술 누락 등 조사 게을리 해 유서 등 새로 제출된 증거로 재조사하라”
게티이미지뱅크
15일 부산시교육청 등에 따르면, 교육청은 지난 8월 4일 행정심판위원회를 열고 산하 교육지원청이 2월 내린 ‘학교폭력 조치 없음’ 처분을 취소하기로 결정했다.
2023년 10월 숨진 초등학생 조모 양(당시 13세)의 어머니 강모 씨(40대)는 “딸이 친구들에게 따돌림을 당하다가 숨졌다”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관할 교육지원청 학폭위는 “학폭이 없었다”는 취지의 결정을 통보했고, 이에 반발한 강 씨는 5월 행정심판을 청구했다. 학폭 피해로 숨진 학생의 유족이 제기한 행정심판이 인용된 사례는 부산에서 최근 2년간 이 사건이 유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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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 따돌림 증거 제출했는데 외면”…유족 “은폐·축소 조사 없애야”
조 양은 2023년 10월 부산의 한 아파트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강 씨는 “딸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친구의 포즈를 따라 했다는 이유로 따돌림을 당했다”고 말했다. 그는 “딸이 숨지기 전 학교 건강 설문에서 ‘학교폭력이 있었다’ 항목에 표시했지만 담임이 이를 외면했다”며 “최근 담임이 이 사실을 인정한 녹취도 확보했다”고 주장했다.
앞서 강 씨는 딸의 사망과 연관이 있다고 판단한 3명의 학생을 정서적 학대·모욕·명예훼손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그러나 관할 경찰서는 ‘입건 전 조사 종결’ 처분을 내렸다. 강 씨는 “따돌림을 입증할 친구의 진술서를 증거로 냈는데도 조사가 충실히 이뤄지지 않았다”며 부산경찰청에 수사 이의를 제기했지만, 수사심의위원회는 증거 불충분으로 사건을 기각했다.
그는 “재조사를 통해 딸의 억울한 죽음이 밝혀지길 바란다”며 “이번 사건을 계기로 피해자에 대한 경찰과 학폭위의 은폐·축소 조사 관행이 사라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학폭위 과중 업무로 서류심사만”…전문가들 “2차 피해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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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시교육청 전경 .뉴스1
전문가들은 학폭위의 허술한 조사로 피해 유족이 두 번 상처받는다고 지적했다. 한 경찰 출신 변호사는 “실제 가해 사실이 확인될 경우 학교 당국의 책임이 커질 수 있어 학폭위가 적극적으로 조사에 나서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며 “확보된 자료 외에도 생활기록부 등에서 사건 단서를 철저히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황정용 동서대 경찰학과 교수는 “교육지원청 학폭위가 담당해야 할 사건 수가 지나치게 많다”며 “이 때문에 서류 검토만으로 결론을 내리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화영 기자 r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