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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 장중 1430원 웃돌자… 당국 1년반만에 구두개입

입력 | 2025-10-14 03:00:00

美中 갈등 우려에 5개월 새 최고치
당국 “모니터링”에 1425.8원 마감



미중 무역 갈등 재점화에 따른 불확실성이 커지며 달러·원 환율이 장중 1430원대까지 상승하는 등 변동성 확대에 외환당국이 구두개입에 나선 13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의 환전소 앞에 환율이 표시되어 있다. 2025.10.13/뉴스1 


미중 무역 갈등이 고조되며 원-달러 환율이 5개월 만에 장중 1430원을 넘겼다. 외환 당국이 1년 반 만에 구두 개입에 나서며 상승세가 한풀 꺾였지만 환율은 불안한 움직임을 보였다. 외국인들도 증시 순매도에 나서 코스피는 0.72% 하락하며 3,600 선 밑으로 떨어졌다.

13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대비 4.8원 오른 1425.8원으로 주간 거래를 마쳤다. 주간 종가 기준으로는 4월 29일(1437.3원)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원-달러 환율은 이날 전 거래일보다 9원 오른 1430원으로 개장한 뒤 1434원까지 상승해 5월 2일(장중 고가 1444원) 이후 가장 높았다. 이에 이날 오후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은 “최근 대내외 요인으로 원화의 변동성이 확대되는 과정에서 시장의 쏠림 가능성 등에 대해 경계감을 갖고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밝혔다.

외환 당국은 시장에 개입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시장에 전달하는 구두 개입을 통해 외환시장의 변동성을 줄이곤 한다. 기재부와 한은의 공동 구두 개입은 중동의 정세 불안으로 환율이 1400원에 근접했던 지난해 4월 이후 1년 반 만이다.

원-달러 환율이 급등한 것은 미중 무역 갈등 우려가 커진 탓이다. 10일(현지 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중국의 희토류 수출 통제를 비판하며 다음 달부터 중국산 제품에 100%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1달러 고정’ 스테이블코인은 1500원 넘겨… 외국인 코스피 8222억원 순매도
환율 장중 1430원
환헤지 심리 스테이블코인에 쏠려
1달러보다 높은 ‘프리미엄’ 붙어

미중 긴장 상황이 고조되기 전부터 원-달러 환율은 불안한 움직임을 보여 왔다. 한미 무역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지자 대미 수출 악화나 외화 유출에 대한 우려로 지난달부터 원화 약세가 가시화되기 시작한 것이다. 여기에 미국 연방정부의 일시 업무 정지(셧다운)가 10일 넘게 이어지고, 미중 무역갈등 우려가 커지자 환율이 5개월 만에 장중 1430원을 터치한 것으로 보인다.

원화 약세 지속 우려에 13일 외국인은 코스피에서 8222억 원, 코스닥에서 1020억 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외국인이 코스피를 순매도한 것은 이달 들어 처음이다. 6월 27일(8579억 원 순매도) 이후 최대 순매도 규모이기도 하다. 개인이 매수에 나섰지만 외국인 순매도의 영향으로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0.72% 하락한 3,584.55로 마감했다. 특히 시가총액 상위 10개 종목 대부분이 약세를 보였다. 삼성전자가 1.17%, SK하이닉스는 3.04% 하락하며 전 거래일 상승분을 일부 반납했다.

원화 약세는 가상자산 시장으로 번져 달러화 스테이블코인 급등세로 나타났다. 이날 원-달러 환율이 1430원을 넘길 때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에서 거래되는 스테이블코인 테더(USDT)와 서클(USDC)의 가격이 개당 1500원을 넘긴 것이다. 업비트 기준 10일 오후만 해도 1450원 안팎이던 테더 시세는 11일 오전에는 1600원대까지 뛰어오르기도 했다. 스테이블코인인 테더와 서클은 개당 1달러의 가치가 유지되도록 설계된 가상자산이지만 외환시장에서의 1달러 가치보다 80원 가까이 높아진 ‘프리미엄’이 붙은 것이다.

‘1개=1달러’인 스테이블코인에 프리미엄이 붙은 것은 수요가 공급보다 커진 탓이다. 수급 균형이 깨진 이유는 복합적이다. 원-달러 환율 상승 국면이 이어지면서 달러를 보유해 환손실을 헤지(회피)하려는 투심이 달러 스테이블코인 수요로 이어졌다.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외화예금 통장 등을 활용해 달러를 보유하는 것보다 가상자산 거래소에서 USDT, USDC 등을 매수하는 것이 수수료 측면에서 유리하다고 알려져 있다.

게다가 추석 연휴 기간 외환 시장이 문을 닫은 상태에서 원화가치 하락세가 가상자산 시장에서 고스란히 반영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갑래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외환시장과 달리 스테이블코인 시장에서는 공포와 낙관이 빠르게 선반영될 수 있다”며 “외환시장 개방, 스테이블코인 시장에 기관투자가들이 유입되는 등 제도화가 이뤄지기 전에 이 같은 급등락은 반복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중 무역갈등으로 가상자산 시장에 급락과 반등이 이뤄진 점도 영향을 줬다.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관계자는 “국내 투자자들은 바이낸스 등 해외 거래소를 이용하기 위해 입출금이 편한 테더 등을 활용한다. 최근 가상자산 시장 급락으로 부채를 활용한 레버리지 거래 청산을 피하기 위한 증거금 입금 등의 수요가 급격하게 늘었다”고 설명했다.



홍석호 기자 wil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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