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주업체 91곳에 前직원 483명 근무 퇴직후 3년만 넘기면 입찰 제한 없어 철근 누락-붕괴 사고 관련사도 포함 “전관특혜 근절방안 유명무실” 지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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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 이후 한국토지주택공사(LH) 출신 ‘전관’이 근무하는 91개 업체가 8000억 원이 넘는 규모의 사업을 LH에서 수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에는 입찰 담합으로 과징금을 받거나 아파트 붕괴 사고, 철근 누락 등에 관련돼 영업정지 처분을 받은 업체도 포함돼 있었다. LH가 철근 누락 사태 당시 입찰 제한 등 ‘전관 특혜’ 근절 방안을 마련했지만 전관을 판단하는 기준이 좁고 소송 등을 통해 빠져나갈 수 있어 유명무실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13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정준호 의원실이 LH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4년 10월 이후 LH 사업을 수주한 업체 중 LH 퇴직자가 근무하는 업체는 91곳으로, 483명이 근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주한 사업은 355건, 수주 금액은 8096억 원이었다. LH는 2023년 인천 검단 아파트 주차장 철근 누락 사태 당시 퇴직자 재직 업체가 감리 등을 부실하게 수행했다는 지적이 제기되자 관련 대책으로 지난해 10월 퇴직자 등록 시스템을 구축했다. 업체들의 퇴직자 재직 현황을 파악해 입찰에 불이익을 주기 위해서다.
하지만 각 업체에 재직 중인 LH 퇴직자는 LH의 전관 판단 기준에는 해당하지 않아 입찰 제한 등 불이익을 받지 않았다. LH는 공직자윤리법 등에 근거해 △퇴직일로부터 3년 이내 △2급 이상 퇴직자 또는 해당 업체에 임원 이상으로 재직 중인 퇴직자 등을 전관으로 규정하고 있다. 사실상 퇴직 후 3년이 지나면 마땅한 제재 수단이 없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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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업체는 올해 4월 또다시 공공분야 건설감리 입찰 담합이 적발돼 공정거래위원회에서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공정위에 따르면 A업체를 포함한 20개 건축사사무소는 2019∼2023년 LH와 조달청 발주 사업에서 사전에 낙찰자를 정하는 등 담합 행위를 했다. 이 중에는 LH 출신 10명이 근무 중인 B업체도 포함됐는데, 담합에서 주도적 역할을 수행해 과징금 31억 원을 부과받았다. 담합에 가담해 과징금 처분을 받은 C업체에서도 LH 부장·전문위원 출신 2명이 임원급으로 재직 중이다.
[고양=뉴시스]
윤명진 기자 mjligh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