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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 후에도 도시서 살고파”… 도심 시니어주택 공급 늘린다

입력 | 2025-10-14 03:00:00

[영올드&] 10명중 9명 “現동네 계속 거주” 희망
무장애 안전설계 등 편의 시설 늘려
서울시, 도심에 1만3000채 공급 계획
동탄 등 신도시엔 시니어타운 조성



이달 말 입주를 시작하는 서울 강서구 마곡동 VL르웨스트(위쪽 사진)는 대표적인 도심 속 시니어주택이다. 이처럼 은퇴 후에도 도시에 거주하려는 고령자가 늘면서 화성동탄2신도시에는 사업비 2조 원의 2550채 규모 시니어타운 사업(아래 사진)도 추진되고 있다. 롯데건설·엠디엠플러스 제공


은퇴 후에도 거주하던 도시에서 생활하기를 원하는 시니어들이 늘면서 도심 속 시니어주택 수요가 늘고 있다. 영 올드(Young Old·젊은 노인)가 기존의 사회 관계망을 유지하면서도 의료, 문화시설 등 필요 기반시설을 누리는 것을 선호하는 만큼 정부와 지자체 모두 제도적 지원에 나서고 있다.

● 고령자 10명 중 9명 “현재 동네 계속 거주 원해”

대표적인 도심 속 시니어 주택으로는 이달 말부터 입주를 시작하는 노인복지주택인 서울 강서구 마곡동 VL르웨스트가 꼽힌다. 4개동(지하 6층∼지상 15층), 810실 규모로 서울 지하철 5호선 마곡역, 9호선·공항철도 마곡나루역과 맞닿아 있다. 이대서울병원, LG아트센터, 서울식물원 등 의료·문화시설 등도 반경 1km 내 생활권에 있다. 호실당 보증금이 6억∼18억 원에 임대료, 관리비 등을 포함해 매월 최대 500만 원에 달하는 비용을 지불해야 하지만 2023년 입소자 모집 당시 평균 경쟁률 19 대 1, 최고 경쟁률 205 대 1로 수요가 몰렸다.

이처럼 도심 속 시니어 주택이 인기가 높은 이유로는 지역사회에 계속 거주하기(Aging in Place·AIP)를 원하는 고령자가 늘어난 영향으로 보인다. 국토연구원에 따르면 현 거주지에서 3년 이상 거주하는 전국 60세 이상 고령자 847명에게 면접 조사를 진행한 결과 10명 중 9명(85.5%)은 ‘현재 살고 있는 집 또는 동네에서 계속 살고 싶다’고 답했다. 유선종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서울이나 수도권에서는 임대형 시니어 주택에 대한 수요가 충분하다”며 “현재 노인복지주택 공급량이 약 1만 채인데 현재 시장에서는 이보다 2배 수준인 2만 채를 공급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고 분석했다.

수요 변화에 맞게 정책도 바뀌고 있다. 먼저 서울시는 용적률 인센티브 등을 통해 도심에 시니어주택 1만3000채를 공급할 계획이다. 65세 이상 무주택 어르신을 대상으로 주변 시세 30∼85% 수준 임대주택인 ‘어르신 안심주택’을 3000채 공급한다. 대중교통이나 생활 편의 시설 등을 이용하는 데 불편하지 않도록 보건기관, 2·3차 종합병원 인근 350m 이내에서 지을 예정이다. 내부 설계 역시 화장실 변기와 욕조 옆에 손잡이를, 샤워실·현관에는 간의의자를 설치하는 등 무장애 안전설계를 적용해 생활 편의를 높인다. 생활체육센터, 의료지원 서비스 등 원스톱 복합 서비스도 제공한다. 어르신 안심주택을 공급하는 민간 사업자에게는 용적률을 대폭 상향해 대규모 개발을 지원한다. 전체 20%는 건물을 지은 후 바로 분양할 수 있게 해 초기 사업비를 충당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상업지역, 준주거지역 등을 정비하는 ‘도시정비형 재개발’을 통해 민간형 시니어주택을 3000채가량 공급할 계획이다. 민간이 보유한 용지로 시니어주택을 지을 수 있도록 사전협상 시 면적, 주거비율 기준도 완화할 예정이다.

공공토지를 활용하는 ‘민관동행형 시니어주택’도 선보인다. 현재 개화산역 공영주차장, 서초소방학교, 수서택지 미집행 학교부지 등이 대상지로 거론된다. 3대가 함께 거주하며 독립된 생활을 하는 분리 구조 주택 공급도 추진한다.

● 신도시에는 ‘시니어타운’ 조성

신도시에는 시니어타운이 조성된다. 시니어주택보다 큰 규모로 다양한 편의시설을 함께 조성해 일종의 마을을 만드는 것이 특징이다. 국토교통부는 2기 신도시인 경기 화성동탄2지구에 국내 최초로 헬스케어 리츠(REITs·부동산투자회사) 시니어타운을 조성하고 있다. 이전까지는 노인복지주택사업을 실시한 경험이 있는 법인이나 단체 약 40곳에만 제한적으로 운영자격을 부여했다. 대규모 자금 조달 능력이 있는 리츠가 배제돼 시니어주택 규모가 커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았다.

해당 시니어타운은 약 18만 ㎡의 용지에 2550채 규모로 들어선다. 사업비는 약 2조 원으로 오피스텔 874실, 의료시설, 근린생활시설 등이 함께 조성된다. SRT,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 A노선, 동탄인덕원선 등이 들어서는 동탄역으로부터 차량 10분 거리에 있어 광역교통 이용이 용이하다.

경기 북부권인 구리 갈매역세권에는 민간 임대주택에 생활·돌봄 서비스를 결합한 실버스테이 시범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핵심은 공공 토지 지원을 통한 중산층 고령자 입주다. 공공에서 경춘선 갈매역 인접 용지 3만4000여 ㎡를 지원해 임대료를 인근 시세 대비 95%로 낮췄다. 전체 공동주택 725채 중 346채가 실버스테이로 조성된다. 20년 장기민간임대주택이며 계약 갱신 시 임대료 증액률은 5%로 제한된다.

또 민간 노인복지주택과 달리 가족과 함께 거주할 수 있는 세대 교류형으로 지어진다. 실버스테이 입주자의 무주택 직계비속은 공공지원민간임대 우선입주권을 부여한다. 현재 우미건설 컨소시엄이 사업자로 선정돼 2027년 1월 착공, 2029년 말 입주를 목표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저소득 고령층을 대상으로 한 주택 유지·관리, 돌봄 서비스도 확대되고 있다. 낙상 방지 차원에서 현관·복도 등에 안전손잡이를 두고 욕실 미끄럼 방지 매트, 현관 경사로 등을 설치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국토부는 진주가좌 등 노후 공공임대주택을 매년 1000채씩 리모델링할 계획이다.



이축복 기자 bles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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