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에도 이어진 정부 전산망 먹통 피해… 9일 복구율 27% 그쳐
9월 29일 서울 중앙우체국에 신선식품 등의 배송 서비스가 중단됐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9월 26일 국가정보자원관리원(국정자원) 대전 본원에서 발생한 화재로 정부 행정정보시스템 709개가 마비됐다. 뉴시스
우체국쇼핑몰에서 한우를 판매하는 A 씨는 국가정보자원관리원(국정자원) 화재로 추석 판로가 막히자 10월 8일 기자에게 이같이 걱정을 토로했다. 9월 26일 국정자원 대전 본원에서 발생한 화재로 국가 전산망이 셧다운된 여파는 추석 연휴에도 지속됐다.
업무 적체 겪는 공무원들
일상에 가장 큰 타격을 입은 것은 우체국쇼핑몰을 통해 물건을 판매하는 소상공인이다. 국정자원 화재로 우체국쇼핑몰은 추석 연휴가 끝나는 10월 9일까지도 접속이 불가능했다. 우체국쇼핑몰 입점 업체는 2400여 곳에 이르며, 우정사업본부는 매출 피해액을 126억 원으로 추산하고 있다. 한과를 판매하는 B 씨는 “정상 배송도 추석 당일이 지나서야 재개됐다”며 “한창 한과가 많이 팔릴 때 배송 자체가 중단돼 500만 원 정도는 손해를 보지 않았을까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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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자원 화재로 정부 시스템 709개가 중단돼 공무원들도 비상근무에 돌입했다. 연휴가 시작된 10월 3일에는 국가 전산망을 복구하던 행정안전부 소속 공무원이 투신해 사망했다. 5일 출근해 한 정부 부처에서 근무한 주무관 이모 씨는 “조달청 나라장터가 먹통이 돼 입찰과 계약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공문을 보낼 때도 역시 온나라 시스템을 사용할 수 없어 일일이 팩스를 쓰다 보니 업무 적체가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공기업에서 일하는 박모 씨 역시 “정부 시스템과 연계된 시스템은 거의 사용할 수 없어 추석 연휴 직전까지 수기로 계약서를 작성해 등기로 보내는 등 혼란이 크다”고 말했다.
이번 화재로 중앙부처 공무원들이 사용하던 클라우드 기반의 자료 공유 시스템 G드라이브도 전소해 앞으로도 피해가 예상된다. G드라이브는 중앙부처 공무원 등이 직무상 생산하거나 취득한 업무자료를 클라우드 컴퓨팅을 활용해 저장·관리할 수 있는 정보시스템을 가리킨다. 행안부는 2018년 ‘G드라이브 이용지침’을 마련해 “생산·관리되는 모든 업무자료는 PC에 저장하지 말고, G드라이브에 저장해야 한다”는 원칙을 제시했지만 이번 화재로 업무 자료 858TB(테라바이트)가 사라졌다.
공공기관 홈페이지가 대부분 먹통이 되자 관련 정보를 확인해야 하는 이들도 당황스럽기는 마찬가지다. 대형 로펌에서 자문을 담당하는 변호사 황모 씨는 “연휴 때도 자문 요청이 들어오면 일을 해야 하는데 국가법령정보센터에 접속이 안 돼 최근 개정된 법을 확인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그나마 법령 자체는 구글링과 종이 법전을 통해 확인할 수 있지만 판례나 고시, 유권해석 등은 확인이 불가해 일하는 데 애를 먹고 있다”고 말했다. 노무사 최모 씨는 “전산망 마비로 노동청에 진정을 넣지 못해 사건 처리가 제대로 안 되고 있다”고 토로했다.
9월 26일 발생한 국정자원 화재 여파로 10월 9일 추석 연휴 마지막 날에도 우체국쇼핑몰 접속이 안 되고 있다. 우체국쇼핑몰 캡처
화재가 발생한 지 보름이 다 돼 가지만 정부 전산망 복구는 여전히 더딘 상황이다. 10월 9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에 따르면 화재에 따른 정부 전산망 장애 14일째인 이날 오전 6시 기준 복구율은 27.2%로 마비된 행정정보시스템 709개 중 193개만 복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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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중 전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본원 서버에 문제가 생기면 분원 서버가 데이터를 받아 처리하는 액티브-액티브 이중화가 돼 있지 않았다는 것이 이번 사태의 핵심”이라며 “정부는 데이터 손실 내용을 최대한 자세히 살피고, 이번 일을 계기로 국가 전산망에 대한 예산 투입의 중요성을 깨달았으면 한다”고 밝혔다.
〈이 기사는 주간동아 1509호에 실렸습니다〉
문영훈 기자 yhmoon9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