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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향기]불평등-독재-혐오… 혁명이 남긴 부작용

입력 | 2025-10-11 01:40:00

◇역사는 어떻게 진보하고 왜 퇴보하는가/파리드 자카리아 지음·김종수 옮김/600쪽·3만8000원·부키




극심한 혼돈의 시대, 역사는 앞으로 나아가고 있을까.

미국 CNN방송 ‘파리드 자카리아 GPS’의 진행자이자 국제 정치 전문가인 저자가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근대 400여 년 ‘혁명의 역사’를 파고든 책이다. 근대사의 전환점이 된 주요 혁명을 시간적 흐름에 따라 분석하는 1부와 세계화와 정보, 정체성, 지정학 등 오늘날 우리가 마주한 현실을 횡적으로 분석한 2부로 나뉜다. 저자는 “혁명은 직선적 진보가 아니라 늘 반발을 동반하는 순환적 과정”이라고 강조한다.

근대 세계를 연 네덜란드 혁명은 종교개혁과 해상무역, 금융 혁신이 함께 어우러져 근대 최초로 자유주의를 실험했다는 성과를 낳았다. 그러나 동시에 종교 갈등과 전쟁이라는 역풍을 맞았다. 영국 명예혁명은 피를 흘리지 않고 입헌주의를 세웠다는 의의가 있지만, 시민의 정치 참여는 제한적이었다. 자유와 평등, 박애를 외친 프랑스 혁명은 공포정치와 나폴레옹 독재라는 부작용을 낳기도 했다.

현대를 규정하는 네 가지 혁명도 다뤘다. ‘세계화’는 자본이 자유롭게 국경을 넘나들도록 하며 번영을 가져왔지만 불평등과 보호무역주의를 낳았다. ‘정보 혁명’은 지식과 참여의 문턱을 낮췄지만, 혐오와 음모론 등을 확산시켰다. 인종, 성별, 종교 등 소속 의식을 정치에 내세우는 ‘정체성 혁명’은 권리 확대를 이끌었으나 사회 갈등을 심화시켰다. 소련 붕괴 후 미국 주도의 자유주의 일극 체제가 무너지고 중국과 러시아가 다시 부상한 ‘지정학 혁명’은 우크라이나 전쟁과 미중 패권 대결이란 위기를 낳았다.

저자는 변화가 클수록 역풍도 거세진다고 경고하면서도 자유, 존엄, 자율성 같은 가치만큼은 되돌릴 수 없는 진보라고 강조한다. 결국 변화의 속도를 조절하고 사회적 안전망과 민주적 제도를 보완하며 역풍에 대한 적절한 관리가 필요하다는 게 책의 결론이다. 근대의 초기부터 21세기를 아우르는 혁명을 하나의 흐름으로 조망하면서 혼란스러운 오늘의 세계를 이해하고 미래를 모색하려는 이들에게 통찰을 준다.



사지원 기자 4g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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