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경은, 통신 라이벌 KT 지휘봉 SK 우승 함께 일군 김선형 영입 “내 농구 가장 잘 이해” 주장 맡겨 金 “KT 창단 첫 우승 역사 쓸 것”
LTE 시절 SK에서 신인 감독-선수로 만나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함께 일군 문경은 감독(왼쪽)과 김선형은 5G 시대에 통신 라이벌 KT에서 베테랑 감독-선수로 다시 만나 KT의 창단 첫 우승에 도전한다. 수원=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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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프로농구 SK의 신인 감독과 루키로 만나 10년간 함께하며 정규리그 우승 2번, 챔피언결정전 우승 1번을 합작했던 문경은 감독(54)과 김선형(37)은 올해 나란히 휴대전화 통신사를 SK텔레콤에서 KT로 바꿨다.
통신사를 먼저 갈아탄 건 문 감독이었다. 문 감독은 2021년 SK 감독에서 고문으로 물러난 뒤 한국농구연맹(KBL) 경기본부장과 방송사 해설위원을 지냈다. 하지만 첫 우승에 목마른 ‘통신사 라이벌’ KT가 그를 우승 청부사로 영입하며 통신사를 바꿀 수밖에 없었다.
문 감독은 5월 23일 KT와 계약할 때만 해도 포인트가드 허훈(30)을 중심으로 대권 도전을 꿈꿨다. 그런데 닷새 뒤 자유계약선수(FA) 허훈이 KCC로 이적하며 계획이 바뀌었다. 그때 문 감독이 제일 먼저 전화한 사람이 SK 사령탑 시절 10년 내내 포인트가드를 맡겼던 김선형이었다. 김선형도 지난 시즌 후 FA 자격을 얻은 상태였다. 2011년부터 14년 동안 SK 한 팀에서만 뛴 김선형은 문 감독의 전화를 받은 그날 바로 KT와 계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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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LTE 시절’ 초보 감독과 신인으로 첫 인연을 맺은 둘은 ‘5G 시대’에 베테랑 감독과 선수로 다시 만났다. 둘 모두 ‘검증된 경력직’이기에 적응 속도도 5G급이다. 김선형이 계약서에 사인한 지 이틀 만에 두 사람은 KT스포츠 산하에 같이 있는 프로야구 팀 KT 위즈 경기에서 시구·시타에 나섰다.
시구·시타도 경력직이었다. SK에서 2017∼2018시즌 챔프전 우승을 했을 때도 둘은 SK 와이번스(현 SSG 랜더스) 경기에서 시구·시타를 한 적이 있다. 당시 문 감독은 김선형이 던진 공을 받아치면서 운동 신경을 자랑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김선형이 던진 공을 치지 않았다. 문 감독은 “이번에도 치려면 충분히 칠 수 있었다. 그런데 힘들게 겨우 데려왔는데 혹시 타구에 맞기라도 할까 봐 무서워서 못 치겠더라”라며 웃었다.
유니폼은 바꿔 입었지만 김선형은 여전히 문 감독의 ‘뛰는 농구’를 코트 위에 가장 잘 구현할 수 있는 ‘페르소나’다. 문 감독은 “내 농구를 가장 잘하고, 잘 아니까 팀원들에게 잘 전달해 달라”며 김선형에게 주장을 맡겼다. 김선형은 “감독님이 교수님이면 제가 조교인 느낌이다. 추구하시는 농구를 잘 아니 옆에서 얘기해주면 (동료) 선수들도 빨리빨리 알아듣는다”며 “SK에서 함께 많은 걸 이루고 같이 팀을 옮겼다. KT에서 창단 첫 우승이라는 새로운 역사를 함께 쓰는 것도 기대된다”고 했다.
문 감독은 “선형이는 퍼포먼스를 유지만 해도 충분한데 KT 장신 포워드진이 함께 달리면 더 강해질 수 있다. 선형이가 이렇게 달리는데 나머지 선수들이 안 달릴 수 없다. 저는 내비게이션만 켜주면 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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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경기는 꼭 잡겠다는 의지의 표시다. 저 두 경기만 잘 넘기면 이번 시즌이 잘 풀릴 것이다. 서로 스타일을 너무 잘 알아서 수싸움이 엄청날 것 같다. (디펜딩 챔피언) LG에 SK, KCC 세 팀을 상대로 각 3승 3패 이상만 하면 충분히 대권에 도전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수원=임보미 기자 b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