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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 사랑하는 사람이 생겨 급 마음이 아팠다 이건 가짜 마음이란 걸 알아 운동을 하러 갔다 사랑해주는 사람보단 사랑하는 사람이 나를 사랑했으면 좋겠다 그런데 내가 사랑하지 않을 땐 사랑해주더니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고 하니 내가 사랑하게 되었다 로봇 개도 쓰다듬는 기능을 넣는다 사람이 사랑할 수 없는 건 없고 사랑하고자 하면 다 사랑할 수 있는데 왜 나는 사랑받지 못하는 걸까 급 욕심이 들어 운동을 하러 갔다 하나둘 하나둘 바벨을 들었다가 내려놓고 바벨을 들었다가 내려놓고 사랑도 들어보고 슬픔도 들어보고 사람 마음이 제일 어렵네 잠시 놓쳐도 보았다 (중략) 곰도 사람의 뒤로 덩치 큰 무언가가 있을까 두려워 두 발로 선다고 아마 나의 사랑도 혼자 서 있는 넓은 종이의 공포가 아닐까 그런 백지장을 맞들어줄 이가 없어 하나둘 하나둘 힘을 기르고 있나
―유수연(199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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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다 읽고 제목을 다시 보면 웃음이 나온다. 포스터에 박힌 표어처럼, 사랑에 발목 잡히지 않겠다는 다짐처럼 들린다. 그렇다 해도 감기처럼 ‘드는’ 사랑이라면 도리 없이 뒤척일 날이 또 있겠지만! 이 위트 넘치고 아름다운 젊은 시인은 백지 위에서 얼마든지, 무엇이든 시작할 수 있을 것이다.
박연준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