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트럼프 대통령은 “내년 이른 시기에(in the early part of next year·통상 1~3월을 의미) 중국을 방문하고, 시 주석도 적절한 시기에 미국을 방문하기로 합의했다”고도 밝혔다. 이를 두고, 내년 중국에서 열릴 미중 정상회담에선 무역 의제보다 민감한 대만 문제 등 안보 이슈도 논의될 수 있고, 경주 APEC에선 이와 관련된 전초 작업이 이뤄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 미중 정상, 다음달 경주 APEC과 내년 초 중국에서 만날 예정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시 주석과의 통화 직후 트루스소셜을 통해 “통화가 매우 생산적이었다”며 “무역, 펜타닐,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의 전쟁 종식 필요성, 틱톡 매각 승인 등 여러 중요한 문제에서 진전을 이뤘다”고 자평했다. 앞서 시 주석은 2023년 11월 미국을 방문해 조 바이든 당시 미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졌다. 그 후로는 미중 정상 간 통화만 이뤄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재집권 뒤 6월에 시 주석과 처음 통화했다.
광고 로드중
올 들어 관세 폭탄을 주고 받았던 양국은 7월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3차 고위급 무역협상을 통해 관세 부과 유예기간을 11월 10일까지 연장키로 합의했다. 미중 정상이 관세 유예 종료를 열흘가량 앞두고 경주에서 만나는 만큼 이 자리에서 관세, 반도체 관련 기술 통제, 희토류 수출 통제 등 글로벌 경제의 핵심 의제들이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미중 정상이 경주 APEC에서 만나게 된 것을 두고 내년 1분기(1~3월)로 예상되는 베이징에서의 양국 정상회담을 위한 사전 회동 성격이 될거라는 분석도 나온다. 한 외교 소식통은 “APEC이 다자 경제 협의체인 만큼 경주에선 양국 간 무역문제에 집중하고 대만, 남중국해 등 민감한 안보 이슈들은 베이징에서 다뤄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중국이 트럼프 대통령의 방중 조건으로 ‘대만 독립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미국 정부의 발표를 원하고 있다고 일본 요미우리신문이 21일 보도했다. 올 2월 미 국무부는 인터넷 홈페이지에 대만 관련 공식설명 자료를 갱신하면서 “미국은 대만의 독립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표현을 뺐다.
요미우리는 “중국과 거래를 추구하는 트럼프는 군사 지원 승인을 미루는 등 대만에 대한 관여를 줄이려는 조짐을 보인다”며 “이를 호기로 보는 중국이 미국에 더 많은 양보를 끌어내려 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일각에선 중국에서 미중 정상이 만나면 북한의 핵개발과 북미 대화 같은 이슈도 다뤄질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광고 로드중
한국은 경주 APEC에서 미중 정상 간 만남을 환영하고 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한반도에서 미중 정상이 만나는 건 우리한테도 나쁘지 않다”며 “미중 간 협력적 분위기가 형성되면 신정부 출범 이후 처음 열리게 될 한중 정상회담을 풀어내기도 수월할 것”이라고 했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은 18일 공개된 미국 타임지와의 인터뷰에서 미중 간 ‘교두보(bridge)’ 역할을 하겠다는 구상을 밝힌 바 있다. 한국에서 13년 만에 미중 정상의 만남이 이뤄지는 과정에서 두 나라의 중재자 역할을 맡겠다는 뜻이다.
광고 로드중
베이징=김철중 특파원 tnf@donga.com
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