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가 다른 냉난방공조(HVAC) 기업들과의 경쟁을 뚫고 여기에 납품할 수 있었던 것은 해당 리조트에 특화된 맞춤형 칠러를 개발했기 때문이다. 리조트가 바닷가에 자리잡은 탓에 냉각수로 담수를 쓰는 비용 부담이 큰 상황이었는데 이를 해수로 대체하는 장치를 만들었다. LG전자는 장치 소재에도 통상적으로 쓰는 탄소강 대신 부식에 강한 티타늄을 적용했다.
국내 전자업계가 가전·TV 시장 불황과 미국 관세 불확실성 속에서 냉난방공조 사업을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삼고 위기 돌파에 나서고 있다. 경제 성장률이 높고 신규 수요가 급증하는 아프리카, 남미, 중동 등 이른바 글로벌 사우스 시장을 중심으로 사업을 빠르게 확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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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난방공조란 냉방, 난방뿐만 아니라 환기, 습도 관리 등 공기질 전반을 관리하는 기술을 뜻한다. 국내 기업들이 냉난방공조 시장에서 강점을 갖는 이유는 현지 맞춤형 기술을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수십년 쌓은 기술력을 앞세워 각 지역 기후 조건이나 환경 규제에 맞춘 제품으로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최근 북아프리카 모로코 왕가 소유의 ‘로얄 만수르’ 호텔에 냉난방 기능이 제공되는 시스템에어컨을 공급했다. 시스템에어컨 단일 프로젝트로는 가장 큰 규모로 평가받는다. 삼성전자가 이 호텔에 공급한 냉난방 솔루션은 공기 대신 물을 활용해 열을 관리한다. 일교차가 큰 사막에서 물이 공기보다 외부 온도의 영향을 덜 받기 때문에 연중 안정적인 냉방이 가능한 수냉식으로 대체한 것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수냉식은 탄소 배출이 적어 친환경 측면에서도 우수하다”고 했다.
LG전자도 카타르 등 걸프 지역을 겨냥해 50도에서도 안정적으로 작동하는 상업용 에어컨을 출시했다. 이 제품에는 특히 사막 환경에서 모래 입자로 인한 부식과 마모를 방지하기 위한 특수 코팅 처리된 소재를 적용했다. LG전자는 또 고온건조, 고온다습한 혹서지에 최적화된 냉난방공조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7월부터 사우디아라비아 킹사우드대 및 현지 유통사 셰이커그룹과 공동 연구에 나섰다. 사우디에 제품을 설치, 운영하며 수집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성능을 고도화할 계획이다.
LG전자 조주완 CEO(가운데)가 2일(현지 시간)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전자 유통기업 셰이커그룹 압둘라 아부나얀 회장(왼쪽), 전력회사 아쿠아파워 모하메드 아부나얀 회장과 기념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세 회사는 이날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에 냉각솔루션 공급 협력 방안을 논의하고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LG전자 제공
● LG, 네옴시티 데이터센터에도 공급
최근 데이터센터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냉난방공조가 더욱 각광받고 있다. 인공지능(AI)의 발전으로 데이터센터 내 서버에 더 높은 성능이 요구되는데 이때 서버에서 발생하는 과열을 잡는 게 중요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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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는 5월 15억 유로(약 2조4000억 원)에 유럽 HVAC 기업 독일 플랙트그룹을 인수했다. 플랙트그룹은 유럽 내 데이터센터 포트폴리오를 다수 보유한 기업이다. 삼성전자는 연말 인수 작업이 마무리되면 데이터센터 공략에 본격적으로 나설 전망이다.
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