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산재에 경제적 제재 본격화 ‘연간 다수 사망’ 영업정지 요건 강화 중대 재해 건설사 공공입찰 제한… 대출 금리-한도, 보험료도 불이익 공공기관장 해임 法근거 마련키로… 노동계 “해소 한계” 경총 “효과 의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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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산업재해 발생 기업에 ‘영업이익의 5% 이내 과징금’이라는 강력한 제재를 도입하는 것은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에도 산재 사망 사고가 획기적으로 줄어들지 않았다는 지적 때문이다. 영업손실이 발생하거나 공공기관처럼 영업이익을 공시하지 않는 경우에도 과징금 하한액인 30억 원을 매기기로 했다. 산재 사망자는 2022년 644명에서 지난해 589명으로 55명 감소하는 데 그쳤다. 식품회사 SPC그룹과 건설회사 포스코이앤씨 등 기업에서 잇단 근로자 사망 사고가 발생하자 이재명 대통령도 과징금과 건설사 면허 취소 등 경제적 제재를 검토해 달라고 주문한 바 있다.
이는 국회에서 추진 중인 ‘매출액 3% 이내 과징금’보다 오히려 강화됐다는 것이 고용노동부의 설명이다. 일각에서는 “엄벌 위주의 정책이 산재 발생을 막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 과징금·등록 말소·영업정지 등 경제적 제재 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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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망사고 등 중대재해가 반복해서 발생한 건설사에 대해서는 노동부가 국토교통부에 등록 말소를 요청할 수 있는 규정을 신설하기로 했다. 또 건설사 영업정지 요청 요건도 현행 ‘동시 2명 이상 사망’에서 ‘연간 다수 사망’으로 확대한다. 한 사고에서 2명 이상 사망한 경우가 아닌 연속적인 사고에도 영업정지를 요청할 수 있다.
중대재해를 발생시킨 건설사는 공공사업 입찰 자격 제한도 강화한다. 현재 ‘2명 이상 동시 사망’인 제한 요건을 ‘중대재해가 반복 발생하는 경우’로 확대하고, 현재 2년인 입찰 제한 기간도 3년 등으로 늘리기로 했다.
중대재해 발생 기업이 대출금리나 한도, 보험료 등에서 불리하도록 금융권 자체 여신심사 기준과 대출 약정 등도 바꾼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분양보증과 한국주택금융공사(HF)의 대출보증 취급 시 안전도 평가에서 감점하기로 했다.
중대재해 발생에 책임이 있는 기관장은 해임할 수 있도록 법적 근거도 마련하기로 했다. 기획재정부가 실시하는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산재 예방 분야의 배점을 현재 0.5점에서 2.5점으로 5배로 늘리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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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재 일변도 대책, 산재 막기 어려워”
반면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입장문에서 “대책 내용이 법제화되면 경영계에 미치는 파급력이 크고 국가 경제에도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며 “산업계 의견을 충분히 반영해 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전문가들도 이번 대책이 산업 현장에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정진우 서울과학기술대 안전공학과 교수는 “산재 예방보다는 제재 일변도의 대책”이라며 “노동자에게 도움이 된다기보다는 안전을 후퇴시킬 우려가 있고 기업에도 엄청난 부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비용이 공사비에 반영되지 않는다면 아무리 규정을 강화해도 현장에서는 지키기 어렵다”며 “사회적 비용으로 자리 잡기까지는 논란이 지속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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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