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오후 강원 강릉시 오봉저수지가 바짝 말라붙어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2025.9.10. 뉴스1
강원 강릉시 교동의 한 아파트에 사는 김모 씨(45)는 11일 욕조와 양동이에 받아둔 물을 가리키며 말했다. 제한급수로 단수가 반복되자 단수 시간에 대비해 물을 미리 받아둔 것이다. 그는 “빨래도 모아서 하고, 머리 감는 횟수도 일주일에 두세 번으로 줄였다”며 “빨리 매일 씻던 날로 돌아가고 싶다”고 했다. 최악의 가뭄을 겪고 있는 강릉에 이번 주말 단비가 예보됐다. 모처럼 비다운 비 소식에 시민들은 가뭄 해소에 대한 기대감을 감추지 못했다.
● 강릉에 올해 가장 큰 비 예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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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8.11. 제주=뉴시스
예상 강수량은 강릉 등 강원 중남부 동해안이 20~60㎜, 강원 북부 동해안은 80㎜ 이상이다. 경기 남부와 강원 내륙·산지, 충남은 120㎜ 이상, 서울·인천·경기 북부·충북 북부·전북은 100㎜ 이상 비가 예보됐다.
강릉의 최근 6개월 강수량은 341.8㎜로 평년의 36.1%에 불과하다. 이 기간 제대로 된 비가 내리지 않아 주 상수원인 오봉저수지 저수율은 11일 기준 11.8%까지 떨어졌다. 역대 최저치다. 강릉의 올해 하루 최다 강수량은 7월 15일의 39.7㎜다. 예보대로 최대 60㎜의 비가 내리면 올 들어 가장 많은 비가 내리는 셈이다.
저기압 발달 정도와 이동 경로에 따라 강수역과 강수량 변동성이 크지만, 이번 비가 강릉 지역에 내릴 경우 가뭄 해소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오봉관리소 관계자는 “만약 최대 60㎜의 비가 단시간에 내린다면 저수율이 5~10%포인트 오를 것으로 추정한다”고 말했다. 이날 기준으로 저수율이 10%포인트 오른다면 저수율이 21.8%까지 오른다. 지난달 19일 수준을 회복되는 것이다.
● 해갈 기대에 용왕 기우제까지…제한급수는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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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강원 강릉시 홍제정수장에서 전국에서 달려온 소방차들이 급수하고 있다
강릉 안목어촌계는 이날 오후 안목 솔바람 다리 위에서 동해 용왕에게 제사를 지내는 ‘용신기원제’를 열어 해갈을 기원했다. 이들은 “동해 용왕께서 저희가 준비한 정성과 강릉 시민 모두의 마음을 받아달라”고 호소했다. 지난달 23일에는 강릉단오보존회가 대관령산신당·대관령국사성황사에서 기우제를 봉행하기도 했다.
정부는 현재까지 대체용수 공급량을 2만6500t으로 늘리고 소방차·군 물탱크·민간 살수차 등을 동원해 급수 1만5000t을 지원했다. 현재까지 강릉시에 공급된 병물은 711만 병이다. 이 가운데 166만 병이 이미 배부돼 545만 병이 남았다.
강릉시는 저수조 100t 이상을 보유한 공동주택 113곳, 숙박시설 10곳 등 대규모 시설에 제한급수를 시행하고 있다. 공공체육시설(30여 곳), 공중화장실(47곳), 수영장(3곳), 청소년 카페(3곳)에 이어 숙박시설 76곳의 수영장·스파와 지하수 8곳 운영도 중단된 상태다. 비가 내리더라도 제한급수는 한동안 계속될 전망이다.
강릉=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
최혜령 기자 herstor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