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오전 7시 40분쯤 단수가 된 강원 강릉 홍제동의 한 아파트. 아이가 식사하는 그릇에 비닐이 씌워져 있다. 설거지물 조차 아끼려는 것이다. 2025.9.9/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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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거지 못 하니까 일회용품 쓰고 바가지 위에서 샤워해요.”
역대 최악의 가뭄을 겪고 있는 강원 강릉시 주민들이 물 절약에 적극 동참하고 나섰다. 국가재난사태가 선포된 지 열흘이 넘었으나 일부 지역은 ‘단수’라는 최악의 사태가 현실로 나타나는 등 상황은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에 ‘나부터라도 물을 아껴보자’는 취지의 자발적 캠페인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9일 지역 커뮤니티에 ‘단수 꿀팁 공유해달라’는 게시글이 올라오자 강릉 지역 주민들은 “식사할 때 그릇에 비닐을 씌우고 있다” “햇반이나 식빵 등 설거지가 적게 나오는 식단 위주로 식사를 해결하고 있다” “편의점 도시락으로 끼니를 떼우고 있다” 등의 댓글이 이어졌다. 실제로 주민들은 최근 그릇에 알루미늄 포일이나 비닐 등을 씌우고 있다. 수저나 젓가락은 일회용품으로 대신 한다. 설거지 물을 아끼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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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오전 7시 40분쯤 단수가 된 강원 강릉 홍제동의 한 아파트. 화장실 욕조에 미리 받아 놓은 물. 2025.9.9/뉴스1
강릉 지역 주민들은 단수로 인한 극도로 예민해진 상황을 토로했다. 한 주민은 “이제 시작인데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라며 “아이들에게 물 아껴쓰라는 잔소리로 날이 서 있다”고 했다. 다른 주민들도 “가정의 화목도 깨진다” “아침에 눈 뜨고 잘 때까지 물 아껴쓰라는 말을 달고 산다” “청소도 못하고 빨래도 못하고…집안을 보고 있으면 스트레스 받는다” “너무 우울하다” 등 힘든 상황을 토로하며 공감을 표했다.
시는 6일 오전부터 아파트와 대형 숙박시설 등 100여 곳을 대상으로 제한 급수에 들어간 상태다. 시는 생활용수 87%를 책임지는 오봉저수지의 저수율이 10% 미만으로 떨어지면 제한 급수를 전면 확대할 방침이다. 다만 이같은 절수 노력에도 9일 오후 1시 30분 기준 오봉저수지 저수율은 12.2%로 전날보다 0.2%포인트 떨어져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에 대체 수원으로 평창 도암댐 활용 방안 등이 검토되고 있다.
9일 오전 7시 40분쯤 단수가 된 강원 강릉 홍제동의 한 아파트 주방 수도꼭지에 물이 나오지 않고 있다. 2025.9.9/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