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문화유산 지킴이들] 〈10·끝〉 궁중음식 장인 조희숙-김도섭 옛것에 가까운 식재료 찾아 발품 고문헌 조리법 재현-전수 매달려 “세계는 K푸드에 주목하는데 韓선 가치 인정 소홀해 안타까워”
지난해 여름 한의집이 궁중 보양식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선보인 어채(魚菜), 착면(着麵) 등 한식 요리 상차림. 국가유산진흥원 제공
‘한국의집’의 조희숙(왼쪽), 김도섭 셰프는 “점차 사라져 가는 전통 한식을 지키기 위해 다양한 재료를 받아들이되 한국적인 맛과 조리법에선 벗어나지 않고자 노력한다”고 말했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2020년 ‘아시아 최고의 여성 셰프’로 선정됐던 조 셰프는 미슐랭 3스타 레스토랑 ‘밍글스’의 강민구 셰프 등이 제자인 스타 요리사들의 스승. 한국의집에서 3년째 고문을 맡고 있다. 김 셰프는 국가무형유산 ‘조선왕조 궁중음식’ 이수자로, 조선왕조 마지막 주방 상궁인 한희순(1889∼1972년)의 계보를 잇는 제3대 기능 보유자 한복려 선생을 사사했다. 현재 한국의집 한식연구팀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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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재료도 옛것에 가까운 걸 쓰고자 노력한다. 오늘날 농산물 품종은 대부분 개량돼 옛 재료는 발품을 팔아야 구할 수 있다. 지난달 김 셰프는 커다란 돌배나무가 있다는 경북 영주 부석사를 다녀오기도 했다.
“옛사람들이 먹던 돌배는 요즘 배보다 맛이 떨어져 수요도 공급도 없죠. 부석사 스님께서도 돌배는 땅에 떨어지게 둔다기에 우리가 써도 될지 여쭤봤어요. 배 떨어질 즈음 연락 달라고 하시더군요. ‘그때 그 맛’을 재현하려면 필요한 과정입니다.”
어렵사리 재료를 확보해도 요리의 완성까진 과정이 험난하다. 고문헌에 담긴 조리법 대부분이 체계적 순서나 통일된 계량법 없이 쓰였기 때문이다. 조 셰프는 “문헌에 적힌 대로 해서는 아예 요리가 안 되기도 한다”고 했다.
“당시 요리는 그 행위도 기록도 귀하게 여겨지지 못했어요. 그나마 전해지는 기록은 주로 양반이나 고관댁 자제가 쓴 것이죠. 그 때문에 직접 만들지 않고 먹어본 경험만으로 쓰인 경우가 많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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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한식은 여러 반찬에 품도 많이 들어 식당 운영이 쉽지 않다. 들어가는 재료비나 인건비에 비해 ‘반찬은 공짜’ 같은 인식이 강해 가격을 높이기도 어렵다. 두 셰프는 “동네 백반집은 물론 고급 호텔에서도 한식당이 사라지는 추세”라며 “세계는 K푸드에 주목하는데 정작 한국에선 그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는 것 같다”고 안타까워했다.
“한식이 반짝 유행을 넘어 더 멀리, 오래 가려면 노를 저을 힘이 필요해요. 우리 스스로 음식의 가치를 인정하고 소중히 여기는 분위기가 그 동력이 되지 않을까요. 우리부터 한식을 아껴야 해외에서도 제대로 대접받을 수 있겠지요.”
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