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자들은 말한다/필리브 복소 지음·최정수 옮김/1만8000원·276쪽·민음사
저자가 마주한 시신들의 사연은 상상을 초월한다. 한 발이 아닌 30발의 총격을 맞고도 살아있던 남자, 목을 매려다 머리 골절로 숨진 자살 시도자, 시체인 줄 알았는데 살아있는 사람 등 여러 가지 사례를 펼쳐 보여준다. 이 모든 이야기는 이름이나 개인 정보만 가렸을 뿐, 모두 실제 경험에 바탕을 뒀다는 점에서 몰입감이 커진다.
자극적인 에피소드만 나열하진 않았다. ‘고인에 대한 존중은 시신을 열어 보지 않는 것이 아니라 고인이 권리를 인정받도록 모든 일을 하는 것이며 부검은 그중 하나’라는 생각은 인상적이다. 아동을 부검할 때 감정에 휩쓸리지 않도록 노력하는 상황, 가족을 부검에 참관시키지 않아야 하는 이유 등 죽음의 경계선이란 극단적인 상황에서 마주한 고찰들이 잘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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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 기자 kimm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