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국악 트리오 ‘힐금’ 해금-가야금-거문고 3명 팀 이뤄… 몽환적 ‘다크 판타지’ 사운드 주목 스모키 화장-화려한 의상도 화제 29일 광주 ACC페스티벌 무대에
독특한 ‘다크 판타지’ 콘셉트로 주목받고 있는 국악 여성 트리오 ‘힐금’은 “우리의 음악을 듣고 전통 음악에 빠졌다는 분들도 많다”며 “일단 들어보라”고 강조했다. 가야금의 조요인, 해금의 박소민, 거문고의 김예림(왼쪽부터). 힐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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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처연함을 다 끌어안은 듯한 해금 소리. 긴장감을 조여 오는 거문고와 부드럽지만 단단한 힘을 품은 가야금이 잇따라 울린다. 세 국악기가 서로의 숨결을 섞으며, 어둡고도 몽환적인 ‘다크 판타지’를 표현한다.
박소민(32·해금)과 조요인(31·가야금), 김예림(30·거문고)이 2020년 결성한 국악 여성 트리오 ‘힐금’은 비주얼부터 강렬하다. 최근 세계적으로 히트 친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주인공인 3인조 걸그룹 ‘헌트릭스’를 연상시킨다. 21일 오후 서울 서초구 연습실에서 힐금을 만나봤다.
● “우리의 소리를 세상에 울려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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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막상 실제로 만난 이들은 작은 농담에도 소탈하게 웃는 평범한 청춘이었다. 멤버들은 “일부러 어두운 음악을 만들겠다고 정한 건 아니다”며 “셋 모두가 좋아하는 취향을 모으다 보니 이렇게 흘러왔다”고 했다.
멤버 3명은 모두 한국예술종합학교 14학번 동기. 석사 졸업 공연을 준비하다가, 음악 이야기를 나누며 가까워져 팀을 결성했다. 팀명 ‘힐금’은 소리 울릴 ‘힐(肹)’ 자에 거문고 ‘금(琴)’ 자를 합쳤다.
“세상에 우리의 소리를 울려 내겠다는 마음을 담았어요. 갓 졸업한 대학원생의 패기니까 할 수 있었죠.”(박소민)
이후 힐금은 자신들만의 색을 꾸준히 다져왔다. 2022년 12월 발표한 첫 정규 앨범 ‘유토피아(Utopia)’는 내면의 감정들을 몽환적으로 표현했다. 각 노래들은 단편소설처럼 짧고 강렬한 서사를 담았다. 지난해 12월엔 내면의 상실을 황무지로 형상화한 두 번째 앨범 ‘웨이스트랜드(WASTELAND)’를 선보였다. 이번엔 마치 장편소설처럼 곡과 곡 사이의 연결성이 확장됐다. 조요인은 “스모키하고 거칠면서도 그 안의 정교한 호흡으로 만들어지는 긴장감이 힐금만의 장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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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렬한 비주얼로 호기심을”
힐금이 무대 위 비주얼에 공을 들이는 건 나름의 이유가 있다. 국악이 생경한 관객에게 낯섦 대신 호기심을 주고, 더 넓은 층에게 어필하기 위해서다. 2집 앨범 재킷 촬영 땐 직접 사진작가를 섭외하고, 영화 ‘판의 미로’ 등 황무지를 표현할 참고 자료를 잔뜩 준비했다. 붉은 사막과 푸른 나비가 공존하는 초현실적인 재킷이 나올 수 있던 배경이다.
이들의 독창적인 스타일은 공연 현장에서 더 빛을 발한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신나는 예술여행’ 프로그램으로 전국의 문화 소외 지역을 돌며 공연한 경험은 멤버들에게 잊을 수 없는 기억이다.
“저희가 옷도 맞춰 입고, 마치 아이돌처럼 하고 있으니까 학생들이 사인을 받으려고 줄을 서더라고요. 누군지도 모르면서. 신선한 경험이었어요.”(조요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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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컬은 물론이고 바이올린, 타악기까지 다재다능하신 분이거든요. 색깔이 다른 아티스트와 함께할 때 어떤 시너지가 생길지 기대돼요.”(김예림)
결성 6년 차를 맞은 힐금은 단순히 ‘실험적인 국악팀’으로 멈출 생각이 없다. 앞으로 자신들만의 세계를 구축해 더 많은 이들에게 음악을 들려주고 싶다.
“국악기로 낼 수 있는 실험적인 사운드를 계속 연구하면서 새로운 음악을 만들고 싶어요. 또 듣는 것뿐 아니라 보고 느끼면서 체험할 수 있는 공연을 만들고 싶습니다.”(박소민)
사지원 기자 4g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