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사람들과 함께 몸을 움직이자 마음이 부드러워지면서 열렸어요.”
“평생 춤이라고는 막춤밖에 춘 적이 없는데 로열발레 전문가들이 각자의 영감을 끌어내 하나 되게 해 줬어요. ‘우리가 해냈다’는 성취감을 얻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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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프로그램은 현대 발레 안무가 크리스토퍼 휠던의 무용 ‘애프터 더 레인’을 모티브로 폭풍 뒤의 고요와 청량함을 담은 움직임을 통해 성찰과 치유의 감정을 몸으로 탐색하도록 구성됐다. 진흥원은 은퇴 후 새로운 삶을 준비하는 이들, 오랫동안 가족을 돌보느라 자신을 잊고 살아온 전업주부, 상실의 아픔으로 정서적 치유가 필요한 이들 등 중장년 15명을 공개 모집했다.
영국 로열발레의 데이비드 피커링과 엘리자베스 포스터는 고난도 기술 대신, 참여자들이 자신의 감정과 기억을 신체로 표현하도록 이끌었다. 참여자들은 해설사와 함께 서울식물원 주제 정원을 탐방한 후 식물에서 받은 인상을 동작으로 풀어냈다.
참여자 류희자 씨는 “발레가 기술을 가진 전문가의 영역인 줄 알았는데, 내 몸으로 나의 삶을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을 배웠다”며 “삶의 전환기에서 크나큰 동력을 얻었다”고 말했다. 김애경 씨도 “40여 년간 하던 일을 최근 그만두고 쉬어야겠다고 생각했지만 공허함과 불안감이 밀려왔다”며 “식물을 보며 느낀 감정을 몸으로 표현하고 이야기로 만드는 과정에서 진정한 휴식을 경험했다”고 말했다.
이 프로그램은 도심 속 자연과 예술을 결합해 회복탄력성을 높이려는 시도다. 사회문제로 떠오른 고립과 외로움을 사회적 돌봄으로 완화하겠다는 취지다. 주로 어린 학생 대상의 예술 융합 프로그램을 운영해온 영국 로열발레는 이번에 한국의 중장년층에게도 예술과 놀이, 협업, 포용의 가치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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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