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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가게를 지나 큰길을 따라 약 250m를 걷는 동안에도 10여 곳의 무인점포들이 잇달아 눈에 들어왔다. 스터디카페, 사진관, 프린트카페, 소품숍, 탁구장 등 업종도 다양했다. 무인 옷가게 사장 이모 씨(26)는 “퇴사 후 창업을 준비하면서 시간을 자유롭게 쓰고 싶었고, 매달 200만~300만 원씩 나가는 인건비가 아까워 무인 점포로 열게 됐다”며 “문을 열 때만 해도 무인 가게는 반려용품점 정도였는데 최근 들어 눈에 띄게 늘었다”고 했다.
내수 침체가 장기화되고 ‘최저임금 1만 원 시대’에 접어들면서 무인점포 창업이 늘고 있다. 과거 세탁소, 아이스크림 할인점, 셀프사진관 등 한정된 업종에 머물던 무인점포는 최근엔 옷가게, 문구점, 탁구장 등 업종이 다양해지는 추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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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 비용 부담으로 기존 점포를 무인 형태로 전환하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서울 동대문구의 한 프랜차이즈 스터디카페 입구에는 ‘무인 운영으로 전환했다’는 안내문이 걸려 있었다. 과거 직원이 상주하던 시절에 음료 주문을 받았던 카운터는 불이 꺼진 채 비어 있었다. 스터디카페 매니저 김모 씨는 “상주 직원을 두고 카페를 운영한다고 매출이 더 오르는 것도 아니어서 무인 운영이 낫겠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초기 비용이 적어 진입장벽이 낮은 점도 무인점포가 증가하고 있는 요인이다. 중소벤처기업부의 ‘소상공인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기준 국내 소상공인의 평균 창업 비용은 약 8900만 원이다. 이에 비해 무인점포는 업종과 규모에 따라 5000만 원 정도로 시작할 수 있어 초기 자본 부담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게 업계 측 설명이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는 “내수 침체 속 물가가 오르면서 비용 부담이 커지자 가계 생계를 위해 부업을 찾는 근로자들도 늘고 있다”며 “무인점포는 재고 관리 등이 용이해 소규모 점포에서 운영 가능한 업종이 대부분이라 창업 비용이 적게 들다 보니 앞으로도 증가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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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다연 기자 dam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