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화당원 여배우 스위니 내세워… 금발-푸른눈 등 ‘인종적 혈통’ 부각 “백인 유전적 우월성 강조” 비판에… 밴스-헤그세스도 나서 적극 옹호 “보수-진보진영 문화전쟁” 분석도
유전자→청바지로 바뀐 광고 문구 미국 여배우 시드니 스위니가 등장한 ‘아메리칸이글’의 청바지 광고. “스위니는 우수한 ‘유전자(genes)’를 가졌다”는 문구에서 유전자를 줄로 긋고 발음이 같은 ‘청바지(Jeans)’로 바꿨다. 사진 출처 유튜브 화면 캡처
미국의 백인 여배우 시드니 스위니(28)가 모델인 ‘아메리칸이글’의 청바지 광고가 백인 우월주의 및 우생학 논란에 휩싸였다. 청바지와 영어 발음이 비슷한 ‘유전자(genes)’를 의도적으로 강조해 금발, 푸른 눈 등 백인의 아름다움과 인종적 혈통을 강조한다는 이유에서다.
논란이 커지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J D 밴스 부통령,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 테드 크루즈 공화당 상원의원 등 미국 백악관과 집권 공화당의 주요 인사가 공화당원인 스위니를 적극 옹호하고 나섰다. 이번 사태가 미국 사회의 보수와 진보 진영 간 일종의 ‘문화 전쟁’으로 번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3일과 4일 연속 스위니를 두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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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럼프 “스위니 힘내라”
지난달부터 공개된 스위니의 광고 영상은 “때때로 청바지가 (입은 사람의) 머리카락 색, 눈동자 색, 성격까지 결정한다”는 내레이션을 담고 있다. 이어 스위니의 파란 눈을 부각한 후 “내 청바지는 파란색”이라며 끝난다. 또 다른 광고는 스위니가 벽에 쓰인 ‘유전자(genes)’에 줄을 긋고 ‘청바지(jeans)’라고 덧쓰는 장면이 있다.
샬리니 샹카르 노스웨스턴대 인류학 교수는 CNN에 “이 광고는 백인 민족주의적이며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란 뜻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 구호와 지지층을 의미)’ 친화적”이라고 진단했다. 마커스 콜린스 미시간대 경영대학원 교수 역시 AP통신에 “의도적이든 아니든 백인의 유전적 우월성을 강조했다”고 평가했다.
논란이 고조되자 트럼프 대통령은 4일 트루스소셜에 “스위니가 가장 뜨거운 광고를 내놨고 청바지가 날개 돋친 듯 팔리고 있다. 시드니 힘내라(Go get em Sydney)”고 썼다. 특히 그는 지난해 대선에서 카멀라 해리스 민주당 대선 후보를 지지한 인기 가수 테일러 스위프트와 스위니를 비교하며 “‘루저’가 ‘워크(woke·‘깨어 있다’는 뜻으로 보수 진영이 진보 세력을 비꼬아서 부르는 말)’가 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흑인과 동양인 등을 앞세운 영국 자동차기업 재규어의 광고를 두고 “정말 워크한 광고다. 바보 같다”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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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밴스-헤그세스도 두둔
헤그세스는 ‘좋은 청바지’ 사진 올려 4일 미국 국방부가 소셜미디어 ‘X’에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이 청바지를 입은 사진을 올렸다. 스위니 광고 문구를 차용해 ‘국방장관은 좋은 청바지를 가졌다’고 썼다. 사진 출처 미국 국방부 X
크루즈 의원 또한 ‘X’에 “‘미친 좌파’는 아름다운 여자까지 반대한다”고 썼다. 아메리칸이글 측은 광고를 둘러싼 논란을 두고 “(정치적 의도는 없으며) 오직 청바지에 대한 이야기”라는 입장을 밝혔다.
1997년 워싱턴주 스포캔의 보수적인 기독교 가정에서 태어난 스위니는 케이블방송 HBO의 인기 드라마 ‘유포리아’로 스타덤에 올랐다. 그는 삼성전자가 최근 출시한 갤럭시 ‘Z플립5’를 들고 아이브 장원영과 같이 셀카도 찍었다. 또 스위니는 아모레퍼시픽의 라네즈 브랜드 홍보 모델로도 활동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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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규영 기자 kyu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