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리봉동 대리점 등 ‘불법폰’ 논란 중국인 등 대상 ‘대포폰 개통’ 유혹… 외국인 명의 대포폰 1년새 24배↑ 온라인서도 ‘여권 판매’ 불법 횡행, 이통사 책임 회피… 경찰, 실태조사
서울 구로구 가리봉동에 있는 한 통신사 대리점 매장 입구에 ‘불법 여권으로 휴대전화를 개통할 수 있다’는 뜻의 중국어 안내문이 붙어 있다. 이 모습은 지난달 24일 유튜브 채널 ‘워크돌’ 영상에 우연히 등장하면서 논란이 일었다. 유튜브 ‘워크돌’ 화면 캡처
광고 로드중
“불법 체류자들이 찾아와 휴대전화 개통하는 방법을 자주 물어봐요.”
1일 서울 구로구 가리봉동의 한 휴대전화 대리점에서 만난 매장 직원은 “여권 유효기간이 만료되면 본인 인증이 안 돼 휴대전화를 개통할 수 없어서 다른 방법을 찾아다니는 것”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이날 가리봉동 일대에서 둘러본 휴대전화 대리점 앞엔 중국어 광고 문구들이 곳곳에 붙어 있었지만 매장을 찾는 손님이 많지 않아 한산한 모습이었다. 최근 경찰은 이곳 일대에서 불법 체류자 여권으로 대포폰을 개통하는 통신 대리점이 있는지 실태 조사에 나섰다.
● 버젓이 ‘불법 여권 카드 개통’ 광고 걸어
지난달까지만 해도 이곳 일대에선 입구에 ‘불법 여권으로 카드 개통(非法护照开卡)’이라는 중국어 광고 문구를 붙여 놓은 매장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잡(卡)은 카드를 뜻하지만, 휴대전화 대리점에선 대포폰에 사용되는 ‘불법 유심카드’를 뜻한다고 한다. 이날 구로동에서 만난 한 중국동포 남성은 “불법 체류자를 상대로 (휴대전화 유심) 카드 개통을 안내하는 곳이 있다”고 했다.
광고 로드중
논란이 일자 경찰은 업체를 직접 방문해 문제가 된 광고판을 직접 떼어냈다. 보이스피싱 등 범죄에 악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 구로경찰서는 지난달 28일부터 관내 모든 통신 대리점을 대상으로 현장 점검과 첩보 수집을 통한 실태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 온라인에서도 여권 명의 거래 성행
실제 5월 광주지법에선 텔레그램을 통해 외국인 개인정보 유통업자로부터 여권사진 파일을 내려받아 대포폰을 개통한 2명이 각각 1년 8개월, 1년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이들은 외국인 여권 사진 등 개인 정보를 1개당 2만∼3만 원에 구입해 전송받은 뒤 이를 대포유심을 개통하는 데 사용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외국인 명의로 대포폰을 마련했다가 적발된 건수도 폭증하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2023년 2903건에서 지난해 7만1416건으로 24배 넘게 늘었다. 같은 기간 전체 대포폰 적발 건수도 3만577건에서 약 3.2배인 9만7399건으로 증가했다. 현행 전기통신사업법상 유효하지 않은 신분증으로 통신 서비스를 개통하거나 이를 알선하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한다. 위조 여권 소지 등도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형을 받을 수 있다.
광고 로드중
정서영 기자 cero@donga.com
천종현 기자 punch@donga.com
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