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AI칩 규제 해제로 中수출 재개 中빅테크 기업들 예상 웃도는 주문 60만~70만개 재고 바닥에 추가 생산 엔비디아, 2분기에 수익 반전될 듯
미국의 수출 규제로 막혔던 엔비디아의 중국 전용 인공지능(AI) 칩 ‘H20’ 수출이 재개되자 중국 빅테크 기업들의 주문이 급증하고 있다. 미국 정부가 올해 4월 전면 금지했던 H20 수출을 3개월 만인 이달 중순 해제하면서, 엔비디아가 대(對)중국 수익 회복의 발판을 마련한 것이다.
30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엔비디아는 대만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 TSMC에 H20 칩 30만 개를 신규 주문했다. 당초 엔비디아는 보유 재고(약 60만∼70만 개)로 중국 수요를 감당할 계획이었으나 예상을 웃도는 주문이 몰리자 추가 생산을 결정했다. 엔비디아가 지난해 H20을 100만 개 판매한 점을 고려하면 이번 신규 주문은 작지 않은 규모다.
H20은 엔비디아가 미국 정부의 수출 규제를 피하기 위해 중국 전용으로 개발한 AI 추론용 칩이다. H20은 엔비디아의 플래그십 모델 H100이나 블랙웰 시리즈보다 연산 성능은 낮지만 고대역폭 메모리와 최적화된 추론 구조를 갖춘 것으로 평가된다. 중국에서는 자체 AI 모델과 경량형 AI 모델 ‘딥시크’ 운영에 활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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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수출 길이 막혔던 H20은 한때 엔비디아의 ‘아픈 손가락’이었다. 올해 5월 엔비디아는 2026 회계연도 1분기(올해 2∼4월) 실적에서 H20 재고 과잉과 구매 축소로 약 45억 달러(약 6조1900억 원)를 비용 처리하고, 매출 25억 달러(약 3조 원)의 손실을 봤다고 밝혔다. 당시 2분기(5∼7월) 전망에서도 80억 달러(약 11조 원) 상당의 매출 손실을 반영했다. 하지만 이번 중국 수출 재개로 2분기에 반전을 꾀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H20 수출 재개가 SK하이닉스 단기 실적 개선 요인이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H20에는 SK하이닉스가 생산하는 4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3)가 탑재된다. SK하이닉스는 24일 2분기 실적 발표에서 “엔비디아의 중국 공급 재개가 최근 결정돼 구체적인 수요를 확인 중”이라며 “수출 제재 전까지 해당 제품에 적용된 HBM을 공급한 이력이 있어 조건이 맞으면 신속한 공급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삼성전자 또한 지난해부터 엔비디아에 H20용 HBM3를 공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민아 기자 om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