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로 수학올림피아드 금메달급 성적… 정준혁 美 브라운대 수학과 교수 구글 AI 모델 ‘제미나이 딥싱크’ 개발과정서 데이터취합-평가 담당 수학적 논리에 기반해 추론 판단 사람처럼 자연어로 문제읽고 증명… “AI, 1년 내에 수학 난제 풀 수도”
23일 서울 구글코리아 본사에서 만난 정준혁 브라운대 수학과 교수 겸 고등과학원 허준이수학난제연구소 키아스 스칼라(KIAS Scholar). 정 교수는 구글 딥마인드에서 구글 챗봇 제미나이(Gemini)의 고급 추론 모델인 ‘제미나이 딥싱크’의 성능을 높여 IMO에 참가시키는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이채린 동아사이언스 기자 rini11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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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오픈AI 등 빅테크는 인공지능(AI)의 성능을 높이기 위해 수학에 계속 도전할 것입니다. AI의 성능은 추론 능력에 달려 있는데 수학은 AI가 논리를 갖고 잘 추론하는지 평가할 수 있는 최고의 지표이기 때문입니다. AI 분야에서 수학 등 기초과학의 중요성이 더 커지는 이유입니다.”
올해 국제수학올림피아드에 참여한 정준혁 교수(왼쪽)와 동료들. 정준혁 교수 제공
딥마인드의 IMO 참가 프로젝트에 직접 참여한 한국인 수학자로, 고등과학원 허준이수학난제연구소 키아스 스칼라(KIAS Scholar)이기도 한 정 교수는 “빅테크와 학계에서 AI와 수학을 접목시키기 위한 노력이 한창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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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미나이 딥싱크는 하루 3문제씩 4시간 30분 동안 총 6문제를 풀었고 그 중 5문제를 완벽하게 풀었다. IMO 문제에서는 답이 나오는 증명 과정을 작성해야 한다. IMO 위원회에서 제미나이 딥싱크의 답안을 사람과 똑같은 조건과 채점 기준으로 평가한 결과 42점 만점에 35점이 나왔다. 금메달을 받을 수 있는 수준의 점수다. 지난해 구글 AI 모델인 ‘알파지오메트리’ ‘알파프루프’는 IMO에서 은메달을 받았다.
올해 성과가 더 특별한 점은 달라진 메달 색깔뿐 아니라 제미나이 딥싱크가 사람처럼 영어로 문제를 이해하고 영어로 증명 과정을 서술했다는 것이다. 기계가 이해하는 형식 언어(formal language)가 아닌 사람이 사용하는 자연어로 답변했다는 뜻이다. 정 교수는 “제미나이 딥싱크는 문제마다 단계별로 보조정리와 정리 등을 스스로 고안해 체계적으로 답안을 서술했다”며 “자연어 기반 AI는 사람의 생각과 말을 가장 잘 표현하고 이해하는 AI로, 미래 활용 가능성이 다양하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6개월 동안 제미나이 딥싱크로 수학 문제를 풀게 하면서 얻은 핵심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IMO 관련 성능을 높였다”고 밝혔다. 정 교수는 “사람은 문제를 풀 때 여러 문제 해결 방법을 염두에 두고 차례로 방법을 시도한 다음 결론을 내린다”며 “제미나이 딥싱크는 다양한 방법을 동시에 시도하고 나오는 결론을 계속 시도해 가지치기 하듯이 빠르게 답변을 작성한다”고 했다.
정 교수는 한국인이 이번 IMO 참가 성과에 가장 큰 기여를 하도록 이끌었다. 이번 프로젝트에 참여한 120명 중 한국인이 30여 명이 되도록 이들을 섭외했다. 대부분 한국 IMO 대표 출신이다. 정 교수 또한 2003년 IMO에 한국 대표로 참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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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AI의 추론 능력을 높이기 위해 전 세계가 치열하게 경쟁하면서 수학의 중요성은 더 커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교수는 “수학은 철저히 논리에 기반하기 때문에 추론을 잘했는지, 잘 못했는지 명확하게 판단할 수 있다”며 “수학 전공자들이 이런 판단을 하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어 빅테크에서 수학 전공자를 찾는 수요가 나날이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점수가 명확히 나오는 IMO에 빅테크들이 도전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정 교수는 “1년 이내에 AI가 수학 난제를 풀 수 있는 수준에 이를 가능성이 크다”면서도 반대로 “AI 발전에서 점점 더 인간의 역할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AI가 어떤 문제를 풀 수 있을지, 왜 AI에 이 문제를 풀라고 해야 할지 등 큰 방향성을 정하는 것은 인간일 것이며 인간이어야 하기 때문”이라며 “AI가 발전하더라도 인간이 깊이 있는 생각과 전문 지식을 반드시 겸비해야 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이채린 동아사이언스 기자 rini11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