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용 칼럼니스트
마케팅 면에서 이 영화는 그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간접광고(PPL)다. 배우 브래드 피트가 속한 레이스팀은 영화 속 가상의 팀이다. 그런데 그 가상의 팀 후원사들은 현실의 기업들이다. 이들은 실제로 예산을 써서 PPL에 참여했다. F1의 주관사인 국제자동차연맹(FIA)도 제작을 지원했다. 이러한 영화의 ‘마케팅 파트너’들이 올려주는 수익 역시 영화 수익의 일부다.
이 영화는 후원사와 F1의 홍보 마케팅을 넘어 기술의 홍보이기도 하다. 이 영화에는 애플이 투자했다. 투자자 애플은 영화의 콘텐츠와 자사의 기술을 연동시켰다. 신형 아이폰을 통해 실제 자동차 경주처럼 진동이 울리는 ‘햅틱 예고편’을 볼 수 있다. 애플의 혼합현실(MR) 헤드셋 ‘비전프로’를 쓰면 주인공이 달리는 아부다비 트랙 주행을 체험 영상으로 볼 수도 있다. 영화를 개봉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에 애플이 후속편 제작을 검토 중이라는 기사가 나왔다. 실패한 영화라면 그럴 리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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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것들이 모여 지난 시대와 성공의 개념 자체가 달라진다. 영화뿐이 아니다. 오늘날의 제품들은 기존 제품과 겉으로 같아 보여도 속으로는 수익 및 사업구조가 재편되는 경우가 많다. 자동차는 기계 제조업이었다가 차량 캐피털이라는 금융업과 합쳐진 뒤 이제는 차내 내장 컴퓨터로 사용자의 빅데이터를 모아 다른 비즈니스로 응용하는 모빌리티 비즈니스로 전환되고 있다. 이 전환기에서 인공지능(AI)과 같이 사무직 노동을 대체하는 도구가 널리 쓰이고, 그렇게 세상이 깊은 곳에서부터 개편된다.
‘F1: 더 무비’에서 피트가 팀에 활기를 불어넣는 방법은 고전적이다. 중요한 가치를 팀원과 공유하고 그를 향해 헌신하는 것뿐이다. AI, 경기 불황, 국제 정세 불안 등 우리 발아래에 있는 세상이 뿌리째 흔들리는 기분이 들 때가 있다. 그런 때일수록 자신의 일에 집중해야 한다. 그래야 무엇을 지켜야 하는지도 분명해진다. 영화 속 피트는 여러 부침을 겪으며 레이스에 대한 사랑을 확인하고, 그 레이스에 대한 사랑이 믿을 수 없는 결과를 만들어낸다. 영화 밖 세상도 비슷하지 않을까.
박찬용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