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 매매가 6년 9개월 만 최대 폭 상승… “과천·용인 등으로 파급 가능성”
서울 성동구 e편한세상옥수파크힐스. 김우정 기자 friend@donga.com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직후 부동산시장이 얼었다가 올해 2월 거래 문의가 늘었다. 계엄 사태가 수습되면서 더불어민주당으로 정권이 넘어갈 것 같다는 예상에 ‘미리 집을 사야겠다’고 나선 수요자들이었다. 이런 흐름이 4월 이재명 대통령 당선 후 본격화됐다. 새 정부가 본격적인 규제정책을 펴기 전 마지막 기회를 노리려는 사람들이 몰리고 있다.”(서울 성동구 금호동 부동산공인중개사 B 씨)
성동구 아파트값 상승폭 12년 만에 최대
최근 서울 아파트 ‘불장’ 중심에 있는 성동구에서 6월 25일 만난 부동산공인중개사들은 최근 부동산시장 상황을 이렇게 말했다. 기자가 이날 찾은 e편한세상옥수파크힐스와 래미안옥수리버젠은 성동구의 대표 아파트 단지다. 성수동이 서울에서 수위를 다투는 주거지로 변모하기 전까지 옥수동은 아파트가 밀집된 성동구의 핵심 주거지였다. 지금도 성수동 초고가 아파트인 갤러리아포레, 트리마제 등을 제외하면 성동구 아파트 가격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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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수동 e편한세상옥수파크힐스 84㎡는 6월 15일 신고가인 24억3500만 원에 거래됐다. 기자와 만난 인근 부동산공인중개사 C 씨는 “해당 물건이 거래되고 사흘 후인 6월 18일에는 같은 평형이 25억2000만 원에 거래됐다”며 “집주인들이 호가를 27억∼28억 원까지 올렸고, 그마저도 대부분 매물을 거둬들여 실제 거래는 많지 않다”고 말했다. 인근 금호동에선 e편한세상금호파크힐스 84㎡가 6월 5일 21억 원 신고가를 기록했으며, 행당동 서울숲리버뷰자이 84㎡의 경우 5월 31일 24억5000만원에 거래돼 최고가를 썼다.
성동구는 서울 부동산시장에서 ‘길목’으로 여겨진다. 강남북 어디든 오가기 편한 교통 요지라는 점에서 그렇고, 강남권 ‘내 집 마련’으로 향하는 디딤돌과 같은 지역이라는 측면에서도 그렇다. 동호대교만 건너면 압구정동이 지척인 지리적 특성 덕에 강남권 부유층 자녀들이 보금자리로 선호하는 곳이기도 하다. 이 일대는 서울지하철 3호선 약수역, 금호역, 옥수역 일대를 중심으로 아파트 단지와 상가, 학교가 자리하고 있는 조용한 주거지다. 매봉산과 한강이 지척이라 주거 환경도 좋다.
그렇다면 지금 성동구 아파트를 사는 이들은 누구일까. 옥수동 부동산공인중개사 D 씨는 “‘지금이라도 집을 사야겠다’는 30, 40대 실수요자가 많다. 이들은 전화 문의로 ‘간’만 보지 않고 직접 현장을 찾는 등 매입 의욕이 강하다”고 말했다. 이어서 그는 “최근 성동구에 진입하려는 사람은 ‘더 늦으면 이 정도 상급지에 내 집 마련을 못 한다’고 판단한 동네 세입자부터 부산 등 지방에서 투자 목적으로 오는 사람, 동대문 등지에서 갈아타려는 이까지 다양하다”고 덧붙였다.
서울 강남권 아파트 단지.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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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정부 때마다 집값 올랐다” 학습효과
부동산시장 참여자들의 매입 심리와 주택 공급 모두 하루아침에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다. 이에 따라 서울 주요 지역 아파트 가격 오름세가 점차 서울 외곽과 수도권, 지방 광역시로까지 파급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김제경 투미부동산컨설팅 소장은 “서울 중급지라고 할 수 있는 서대문구와 동대문구 아파트값도 이미 많이 올랐다. 이 같은 가격 상승세가 서울 외곽은 물론, 시간차를 두고 경기도까지 파급될 공산이 크다”고 전망했다. 박합수 교수는 “지금 집값이 오르는 과천은 물론, 올해 하반기에는 경기 우량 지역인 수용성(수원·용인·성남)을 거쳐 내년 이후에는 지방 광역시 아파트 가격도 오를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 기사는 주간동아 1495호에 실렸습니다]
김우정 기자 frien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