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 강대국 클럽서 ‘민주 한국’ 복귀 알려 한국은 공급망 등 국제현안의 주요 파트너 다자회의는 이를 자각하게 할 학습의 기회 글로벌 강국으로서 외교 관점 확장 필요해
이근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
참여국만을 보면 자유주의 국제질서를 이끌고 있는 선진 강국 정상들이 망라됐고, 이들 중 한국 정상이 끼어 있다는 사실은 한국의 현 위치를 잘 보여준다. 러시아와 중국이 빠지긴 했지만 선진 민주주의 산업국가의 모임이라는 G7의 성격에서 볼 때 국제 질서에 도전하는 ‘수정주의 국가’로 인식되는 러시아와 중국의 참여는 앞으로도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런 선진 강대국 클럽에 계엄 사태 6개월 만에 민주주의를 회복한 한국의 복귀를 알린 것은 상징적으로 매우 중요한 일이었다. 과거사 문제로 불편한 관계를 이어 온 일본과 한국의 진보정부 대통령이 미래와 협력을 이야기한 것 역시 이번 정부가 이념에 치우치지 않는 실용적 정부라는 인식을 국제사회에 심을 수 있는 첫 발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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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한국의 글로벌한 가치와 위상을 잘 보여주는 이슈인 에너지 공급망과 인공지능(AI) 생태계에 관한 의견과 비전을 피력했다. 또 에너지 안보 달성과 핵심 광물 공급망 안정화가 세계 경제 성장과 번영의 관건이라면서 이를 위한 한국의 역할을 강조했다. 한국이 왜 G7 정상회의에 와서 그 자리에 앉아 있는지를 잘 짚은 것이다.
일이 벌어지는 현장과 여기에서 익히게 되는 현장감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이 대통령은 학습 능력이 뛰어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대부분의 국내 정치인이 그러하듯 외교 경험이 충분치 않다. 한반도와 동북아시아에 머물기 쉬운 시야를 확장하는 데 있어 이 대통령이 이 정도의 다자외교 무대를 첫 현장으로 경험한 것은 그 자체로 의미 있다.
외교가 현장에서 어떻게 이뤄지는지, 강대국 정상들은 어떤 사람들인지, 그들 간의 친분 관계는 어떠한지, 밖에 나가면 한국의 위상은 어떤 수준인지, 글로벌 이슈는 어떤 것이 중요하고 또 어떤 것이 후순위로 밀리는지. 다자회의와 양자 간 회담은 어떻게 다른지, 회의의 전후 준비에서 무엇을 챙겨야 하는지 단시간 내에 상당한 학습을 할 수 있는 현장이 G7이다.
이 대통령이 24, 25일 네덜란드에서 개최되는 나토 정상회의에도 연이어 참석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는데, 참석하기로 한다면 이 또한 좋은 결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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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우리도 한국의 글로벌 위상을 제대로 인식해 글로벌 조감도를 가져야 한다. 이를 기반으로 정부는 문제를 해결하는 자세를 가지고, 또 언론과 정치권은 정부의 외교를 평가해야 한다. 미국 대통령을 만났는지, 일본 총리와 당당하게 대화를 했는지, 또 북한 문제가 다뤄졌는지 등에만 관심을 갖는다면 글로벌 강국이자 파트너로서 우리의 입지를 충분히 활용하지 못하는 결과를 낳는다.
이근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