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9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이 총재는 이날 기준금리를 연 2.5%로 인하한다고 발표하며 “금리를 너무 빨리 낮추면 (유동성이) 경기 부양보다 자산 가격으로 막 흘러 들어가 코로나19 때 했던 실수를 다시 반복할 가능성이 굉장히 크다”고 말했다.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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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이 올해 한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0.8%로 대폭 낮추면서 ‘0%대 성장’을 공식화했다. 장기화하는 내수 위축, 미국발 관세 전쟁이 경제에 치명타가 된다고 본 것이다. 긴급 처방으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내렸지만 경기를 끌어올리기엔 역부족이란 평가가 나온다.
한은은 어제 1.5%였던 성장률 전망을 절반 수준으로 낮췄다. 1분기 성장률이 마이너스로 떨어지자 조정을 더 미룰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한은은 대미 관세 협상이 원만히 진행돼 관세율이 상당 폭 인하돼도 성장률은 0.9%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내년 전망도 1.6%로 낮췄는데, 성장률이 2년 연속 2%에 못 미치는 건 1954년 통계 작성 이후 한 번도 없던 일이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가 이에 대응해 기준금리를 2.5%로 내렸지만 상황을 반전시키기 어려운 상황이다. 소비심리는 여전히 얼어붙어 있고, 수익성이 악화된 기업들은 투자 여력이 부족하다. 그렇다고 금리를 더 급히 내리다간 집값이 불안해지고, 가계부채만 늘어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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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계선상의 자영업자들에게 수백만 원씩 예산을 나눠주는 건 민생 지원 효과가 있더라도 성장률 제고엔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자금난으로 멈춰 선 사회간접자본(SOC), 건설 부문 지원이 더 큰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인공지능(AI), 2차전지를 지원해 성장 잠재력을 높이는 일도 미룰 수 없다. 한국 경제가 0%대 성장의 늪에서 탈출할 수 있을지 여부가 다음 주 출범할 새 정부의 판단과 실행력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