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외순환사(오른쪽)가 심장 수술 중 인공심폐장치를 다루고 있다. 대한심장혈관흉부외과학회 제공
“심장 수술의 한 축이 무너질 수 있습니다.”
정의석 강북삼성병원 심장혈관흉부외과 교수는 20일 “다음 달 간호법 시행으로 체외순환사 양성 체계가 망가질 수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체외순환사는 심장 수술 시 꼭 필요한 의료 인력이다. 수술 중 환자의 심장을 일시적으로 멈춰야 하는데, 이때 환자의 심장과 폐 기능을 대신하는 인공심폐장치를 다룬다. 전국 병원의 체외순환사는 총 264명이다. 205명(77.7%)은 간호사, 59명(22.3%)은 임상병리사 등 의료기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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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같은 업무의 중요도를 고려해 미국과 일본, 독일, 영국 등 의료 선진국은 정부가 체외순환사 자격 제도를 운영 중이다. 정 교수는 “한 명의 체외순환사를 육성하는데 평균 4~5년이 걸린다. 체외순환사 한 명의 실수는 환자 사망으로 직결되기 때문에 전문 교육과 제도화는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최근 대한간호협회(간협)가 간호사의 진료지원(PA) 업무를 규정한 ‘전담간호사 제도화 방안’을 공개하며 논란이 커졌다. 간협은 체외순환을 ‘심혈관흉부 전담간호사’ 업무로 규정했다. 약 200시간의 교육을 이수하면 체외순환 업무를 맡을 수 있게 했다. 간협은 간호사 진료지원업무 관련 교육은 의료기관이 아닌 간호 실무에 전문성을 가진 간협이 총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의사들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흉부외과 전문 교육이 제외되고 교육 시간도 줄어들면서 체외순환 인력 양성 과정이 부실해질 것이란 지적이다.
정 교수는 “간협 안대로 간호법 하위 법령이 시행되면 의료기사들이 체외순환 업무에서 배제돼 심장 수술 차질이 불가피하다”며 “체외순환사의 전문성을 없애 수준을 낮추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일본은 인공심폐기나 투석 장치 등 생명유지장치를 다루기 위해선 의공학을 전공해야 한다. 의공학을 배우지 않은 간호사들이 교육을 주관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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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복지부는 21일 간호법 공청회를 열고 의료계 의견을 수렴할 예정이다.
박성민 기자 m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