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사업 재편으로 체질 개선 ‘루마다’ 플랫폼 중심으로 전환 ‘협동창조’로 日제조업 혁신 이끌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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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대표 대기업 히타치제작소가 부활의 콧노래를 부르고 있다. 대규모 적자와 비효율적 사업 구조로 위기를 겪던 시절을 딛고 디지털 전환에 성공한 대표 기업으로 거듭나고 있기 때문이다. 2008년, 창사 이래 최대 규모인 7870억 엔(약 8조 원)의 적자를 기록했던 히타치는 2025년 3월 결산 기준 매출 9조7833억 엔, 순이익 6157억 엔을 올리며 극적인 반전을 이뤄냈다. 주가도 2009년 234엔에서 2025년 3800엔대에 진입하며 약 16배 상승했다. 문어발 경영의 대명사였던 히타치가 어떻게 인공지능(AI) 강자로 환골탈태할 수 있었는지 분석한 DBR(동아비즈니스리뷰) 2025년 4월 2호(415호) 아티클을 소개한다.
● 경영 위기 극복을 위한 효율화 추구
일본의 대표 대기업 히타치는 대규모 적자 사태 이후 문어발식 사업 구조를 정리하고 인공지능(AI) 기반 플랫폼 ‘루마다’를 중심으로 사회 이노베이션 사업에 집중한 결과 성공적인 반전을 이끌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사진 출처 히타치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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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루마다’를 중심으로 한 디지털 전환
히타치 부활의 중심에는 AI,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기술을 통합한 디지털 플랫폼 ‘루마다(Lumada)’가 있다. 루마다는 단순한 기술 시스템이 아니라 제조업에서 데이터 기반 문제 해결형 서비스 기업으로의 전환을 이끄는 전략적 도구다. 예컨대 히타치는 자기공명영상(MRI) 등 의료 장비를 판매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장비의 실시간 데이터를 분석해 고장 예측·운영 효율 개선 등 부가가치가 높은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는 단순한 하드웨어 공급을 넘어선 ‘문제 해결형 비즈니스 모델’로의 전환이다.
히타치는 이러한 구조 혁신을 ‘사회 이노베이션’이라 명명하고 에너지·교통·도시 등 사회 인프라 분야에서 정보기술(IT)과 운영기술(OT)을 융합한 솔루션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각 부문을 루마다로 연결해 ‘원 히타치(One Hitachi)’ 전략을 추진해 부서 간 시너지도 극대화하고 있다. 실제로 대지진급에 해당하는 M6 강도 이상 지진의 20% 정도가 일본에서 발생하고 있는데도 일본의 고속전철은 열차 운행 사고로 인한 사망 사고가 1960년대 개통 이후 한 건도 없었다. 여기에는 히타치의 열차 운행 및 신호 체계 등 통제 관리 솔루션이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그 덕분에 히타치의 철도 신호 체계, AI 기반 에너지 예측 솔루션 등은 세계적으로 높은 신뢰를 얻고 있다.
루마다는 ‘싱글 플랫폼 멀티플 솔루션’ 전략을 통해 고객 맞춤형 솔루션을 신속하게 제공해 공급망 효율화와 인프라 안전성 확보에 기여한다. 자체 AI 기술 ‘히타치 H’는 KPI 향상 등 성과 중심의 데이터 모델을 구축하고 복잡한 경영 과제를 수학적 최적화 문제로 변환해 실질적인 현장 개선을 이끈다. 최근에는 생성형 AI를 활용한 ‘Powered by Lumada’ 서비스를 출시해 기업의 AI 인재 육성과 디지털 전환을 지원하고 있다. 대표적 사례로 다이세이건설의 메타버스 기반 건설 프로젝트가 있다. 루마다를 활용해 건축물의 3차원(3D) 데이터를 클라우드상 메타버스로 구축해 신속하게 정보 공유를 하면서 효율적인 의사결정을 실현할 수 있었다. 히타치는 현장 밀착형 애자일 개발 방식으로 고객과의 협동창조(協創)를 강조하면서 글로벌로직 등 해외 인력과 협업해 빠른 솔루션 제공에 나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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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타치가 보여준 플랫폼 중심의 통합 경영 방식은 국내 기업들이 글로벌 거점 간, 사업 부문 간 협업 체계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참고할 만한 전략적 사례다. 히타치의 성공 뒤에는 일본 제조업의 근간이라 할 수 있는 ‘모노즈쿠리(ものづくり) 정신’이 자리잡고 있다. 이 개념은 단순히 ‘제조’를 넘어 장인정신과 현장 중심주의, ‘지속적 개선(가이젠)’이라는 철학이 결합한 일본 특유의 제조 문화다. 도요타, 파나소닉 등과 함께 히타치 역시 이를 핵심 운영 원칙으로 삼아 왔으며 최근에는 이 전통을 디지털 제조 혁신(DX)과 접목해 스마트팩토리, AI 기반 공정 최적화, 자동화 시스템 등으로 재해석하고 있다.
또한 히타치는 기술력을 단순히 ‘판매 대상’이 아닌 고객과 함께 문제를 해결하는 솔루션 형태로 발전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바로 이것이 모노즈쿠리 정신과 디지털 전략이 시너지를 낸 결정적 요인이 됐다.
이지평 한국외대 특임강의교수 jplee11111@gmail.com
정리=김인오 DBR 객원기자
정리=장재웅 기자 jwoong04@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