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T “논의 중” 입장 되풀이… “1등 사업자 국민 신뢰 높이는 계기 삼아야”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5월 7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SK텔레콤 유심 해킹 사고와 관련해 사과하고 있다. 뉴시스
“SKT에서 KT로 이동하고 싶은데 위약금 때문에 못 옮기고 있다. 휴대전화를 바꾼 지 두 달밖에 안 돼 지금 통신사를 변경하면 위약금을 50만 원 넘게 내야 한다. 유심 무료 교체는 아직 대기 순위가 한참 남아서 기존 유심을 계속 사용하고 있다. 개인정보 유출 걱정 때문에 어린이날 연휴 동안 제대로 쉬지도 못했다.”(10년 차 SKT 고객 B 씨)
위약금 면제 손실 7조 원 추정
해킹으로 유심 정보 유출 사고를 겪은 SKT 고객들이 회사의 사고 대응을 비판하며 5월 7일 기자에게 한 말이다. SKT 고객들은 “고객 정보를 안전하게 관리할 책임은 SKT에 있는데 소비자가 위약금을 내는 것은 부당하다”며 “SKT가 통신사 이동을 원하는 고객의 위약금을 면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도 위약금 면제를 검토하라며 SKT를 압박하고 있다. SKT는 5월 8일 현재 위약금 면제 문제에 대해 “논의 중”이라는 입장을 되풀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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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28일 SKT에서 KT로 옮겼다는 D 씨는 “위약금이 12만 원이나 나와서 돈이 아까웠지만 SKT를 계속 이용하면 불안감으로 정신건강에 좋지 않을 것 같아 통신사를 옮길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4월 22일 해킹 사고가 알려진 이후 SKT에서 다른 통신사로 이동한 가입자는 5월 7일 오전 기준 25만 명에 달한다.
소비자의 위약금 면제 요구가 계속되자 정부도 SKT를 압박하고 나섰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위원들은 4월 30일 유영상 SKT 대표를 청문회 증인으로 불러 해킹 사고로 계약을 해지하려는 가입자의 위약금을 면제하라고 요구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도 5월 1일 SKT에 위약금 면제를 검토할 것을 주문했다. 입법조사처는 5월 4일 최민희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에게 제출한 자료에서 “해킹 사태가 SKT의 귀책사유에 따른 서비스 문제라면 약관을 근거로도 위약금을 면제할 수 있다”면서 “SKT가 (해킹에 대비한) 기술적 보호 조치를 다 했다고 보기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SKT는 위약금 면제에 미온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위약금을 면제하면 SKT가 수조 원 손실을 감당해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유영상 SKT 대표는 5월 8일 국회 과방위 청문회에서 “(위약금을 면제하면) 한 달 기준 최대 500만 명의 SKT 고객이 다른 통신사로 이탈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위약금 면제에 따른 손실액은 (이탈 고객) 인당 최소 10만 원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유 대표가 밝힌 최대 이탈 가입자 전망치에 인당 최소 위약금을 단순 곱하면 위약금 면제에 따른 손실액은 약 5000억 원으로 추산된다. 유 대표는 “위약금에 더해 3년치 매출까지 고려하면 7조 원 넘는 손실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5월 7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위약금 면제 문제는 이용자의 형평성 문제와 법적 문제 등을 같이 검토해야 한다”며 “현재 SKT 이사회가 해당 문제를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SKT 사칭 스미싱 기승
권헌영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SKT의 위약금 면제 논의와 관련해 “해킹이 SKT 과실에 의한 것인지를 따질 때는 약관을 기준으로 판단하기 때문에 소비자가 SKT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해 SKT가 보안 시스템을 허술하게 관리했다는 점을 입증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SKT는 위약금 면제 조치를 법적 문제가 아닌, 통신업계 1등 사업자로서 국민의 신뢰를 얻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권 교수는 “현재 소비자들은 SKT의 대처에 실망해 통신사를 변경하는 것이지 다른 통신사의 보안 시스템을 온전히 신뢰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SKT가 위약금을 면제하면 단기적으로는 재정적 손실이 크겠지만 장기적으로는 경영상 나은 선택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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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주간동아 1488호에 실렸습니다]
임경진 기자 zz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