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당 GDP 뒷걸음질] 작년 원금 감면 1조6713억 사상최대… 채무조정뒤 빚 완전 상환은 줄어 고금리-고물가에 취약 채무자 증가… “채무자들 자생력 갖도록 대응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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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화된 경기 침체에 빚을 갚지 못하고 무너지는 서민들이 증가하고 있다. 빚 상환 능력이 떨어지는 서민들이 앞다퉈 개인워크아웃(채무조정)을 신청하면서 원금을 감면받은 사람은 10년 새 두 배 가까이 급증한 반면에 빚을 다 갚는 완제자는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강명구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해 신용회복위원회의 개인워크아웃을 통해 원금을 감면받은 사람은 9만3396명으로 2014년 5만9660명의 두 배 가까운 규모로 불어났다.
개인워크아웃이란 신용카드 대금, 대출금 등이 3개월 이상 장기 연체된 사람에게 채무 상환을 지원하는 제도다. 신복위의 심사를 거쳐 채무조정 대상자로 확정되면 원금, 이자 등의 감면을 받게 된다. 장기화된 고금리·고물가 영향으로 채무를 감당하기 어려운 서민들이 급속하게 증가하면서 지난해 신복위의 개인워크아웃 원금 감면액은 1조6713억 원으로 2002년 개인워크아웃 제도가 도입된 이후 최대치를 나타냈다. 원금 감면액은 2020년에 1조592억 원을 기록한 이후 가파르게 증가하는 양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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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도 포기자도 적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신복위 개인워크아웃으로 빚을 조정받고, 이를 다 갚는 데 성공한 A 씨(여·50)는 “1억 원이 넘는 빚을 30% 이상 감면받아 성실하게 납부해 올해 1월에 조기 상환으로 겨우 이를 다 갚았다”며 “사실 사람인지라 중간중간 ‘안 갚고 포기할까’란 유혹이 적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시장에서는 장기화된 경기 침체 여파로 앞으로 빚에 짓눌려 신복위에 채무조정을 요청하는 취약 채무자들이 더 급증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 고금리·고물가 국면이 오랫동안 지속되면서 소상공인들이 대출로 버티고 버티다 신복위로 온 사례가 많다”고 설명했다. 신복위로부터 74%의 채무 원금을 감면받고 지난해 채무를 다 갚아 개인워크아웃 완제자가 된 B 씨(58)는 “부족한 생계비를 충당하려고 빚을 냈는데 벌이가 불안정해 결국 2억 원 정도 빚을 감당할 길이 없어 신복위에 개인워크아웃을 신청했었다”며 “지금도 생활이 빠듯한데, 경기가 안 좋아 인력사무소도 문을 닫는 곳이 많아 일을 찾는 것조차 어렵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강명구 의원은 갈수록 떨어지는 완제율과 관련해 “내수 회복이 지연되며 빚 갚기를 포기하는 저신용 서민들이 증가하고 있다”며 “서민들의 상환능력 저하 상황에선 채무자들이 자생력을 가질 수 있도록 근본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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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 기자 number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