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수 감축, 생존권 차원”…15년 새 3배 이상 증가 “30만원에 소송 맡겼더니 ‘노쇼’ 변호사”…법률 서비스 저하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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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만난 한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 A 씨의 말이다. 판사 퇴직 후 대형 로펌으로 옮긴 A 씨는 “변호사 수를 감축하자는 건 이제 정말 생존권 차원”이라고 했다.
문과 최고의 전문직으로 대우받던 변호사의 위상이 달라졌다.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제도 도입 후 변호사 수가 급격하게 늘어나면서 생계를 걱정해야 하는 변호사가 생겼을 정도다. ‘변호사 과잉 배출’ 우려를 해결하기 위해 로스쿨 정원과 변호사 시험(변시) 합격자 수를 감축해야 한다는 법조계의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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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변시 합격자 수 감축을 주장해 온 대한변호사협회는 합격자 수를 1200명 이내로 결정해야 한다고 요구했지만 결국 1명 줄어드는 데 그쳤다.
실제로 로스쿨 도입 이전인 2009년과 비교하면 지난해 등록 변호사 수는 3만 6535명으로 15년 새 3배 이상 증가했다. 로스쿨 도입과 함께 변시 응시자 수가 꾸준히 늘어나면서 최근에는 매년 1700여명의 변호사가 배출되고 있다. 향후 2~3년 내 변호사 4만명 시대가 될 전망이다.
변호사 시장의 수임 경쟁은 유례없을 정도로 치열해졌다. 김정욱 변협회장은 “변호사 1인당 월평균 수임 건수가 2008년 약 7건에서 2021년 약 1건으로 급감했다”며 “한 달 동안 한 건도 수임하지 못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고 주장했다.
로스쿨을 갓 졸업한 신규 변호사들의 사정은 더욱 어렵다. 로펌은 변시와 로스쿨 성적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신규 변호사들을 채용하는데, 최근 법조 시장 포화로 대형 로펌은 물론 중대형 로펌 취업도 어려운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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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쿨 도입 당시 약속 안 지켜져…변호사 수만 급증
로스쿨 제도는 변호사를 늘려 법률 서비스 접근권이 좋아지도록 하자는 취지에서 2009년 도입됐다. 변호사의 공직 진출을 비롯해 다양한 영역에서의 역할을 확대하려는 방향성도 있었다. 이를 위해 변리사, 법무사 등 유사 직역을 단계적으로 통폐합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도입 취지와 달리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오히려 상당수 변호사가 생계에 위협을 받고 과거에는 없던 법조 윤리 위반만 증가하고 있다는 게 법조계의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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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들이 과도한 경쟁에 내몰리며 법률 서비스의 질적 저하로 이어지고, 결국 국민 피해로 전가되고 있다는 게 법조계의 논리다.
전문가들은 변호사 배출 누적에 따른 법조계 내부 경쟁이 극심해질 것이라고 내다본다. 과열 양상을 해결하기 위해 변호사 공급을 체계적으로 관리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실적 대안 중 하나로 거론되는 것은 ‘로스쿨 결원보충제’ 폐지다. 결원보충제는 자퇴, 제적 등으로 인해 빈자리가 생기면 다음 해 입학 정원에 결원 수만큼 더 뽑는 제도로 변호사 과잉 공급의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되고 있다.
법률 서비스 시장 자제를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이미 변호사 인력이 상당수 늘어난 만큼 공공부문 등에서 변호사들이 전문성을 살려 일할 수 있는 시장을 다양화해야 한다는 제언이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