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상 이후 한강 작가 첫 신작… 일상적 산문-시 각각 6편 수록 정원 가꾸며 써낸 내밀한 일기… 글쓰기에 대한 소명 의식 담아 ◇빛과 실/한강 지음/172쪽·1만5000원·문학과지성사
한강 작가의 신작 산문집 ‘빛과 실’이 24일 출간됐다. 지난해 노벨 문학상 수상 이후 펴낸 첫 책이다. 여섯 편의 산문과 여섯 편의 시를 묶었다. 이 중 북향 정원에서 식물을 키우며 쓴 산문 ‘북향 정원’, 네 평짜리 마당에 정원을 가꾸며 쓴 일기를 모은 ‘정원 일기’, 글쓰기에 대한 자세를 담은 ‘더 살아낸 뒤’가 미발표작이다. 전체 책 분량의 절반을 조금 넘는다. 모두 노벨 문학상 수상 이전에 쓰였다.
한강 작가가 8세 때 자필로 쓴 시. 문학과지성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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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 작가의 작품을 좇아온 독자라면 반가울 장면도 군데군데 보인다. ‘작별하지 않는다’ 출간을 앞두고 쓴 2021년 4월 26일의 일기에 그는 “칠 년 동안 써온 소설을 완성했다. USB 메모리를 청바지 호주머니에 넣고 저녁 내내 걸었다”고 적었다. 산문 중간중간 작가가 휴대전화로 직접 찍은 식물 사진도 실렸다.
‘거울 햇빛’을 보며 자라는 북향 정원의 식물들. 햇빛이 거울을 지나갈 때 창문 같은 빛이 벽에 비친다. 문학과지성사 제공
“더 살아낸 뒤/죽기 전의 순간 이런 생각을 할 수 있을까?//나는 인생을 꽉 껴안아보았어./(글쓰기로.)//사람들을 만났어./아주 깊게. 진하게./(글쓰기로.)//충분히 살아냈어./(글쓰기로.)//햇빛./햇빛을 오래 바라봤어.”
소설가 한강이 1인칭 ‘나’의 시점에서 기록한 글쓰기에 대한 사랑을 느낄 수 있는 책이다. 그는 지난해 10월 노벨 문학상 발표 직후 열린 포니정 시상식에서 작가들의 황금기가 60세까지라고 가정할 때 자신에겐 6년이 남았고, 앞으로 6년 동안은 지금 마음속에 굴리고 있는 책 세 권을 쓰는 일에 몰두하고 싶다고 밝힌 바 있다. 이번 산문집에 함께 수록된 노벨 문학상 수상 기념 강연의 한 구절을 음미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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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