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개 플랫폼 감사보고서 등 분석 발란 외에 뉴넥스, 리본즈, 젠테 “계속기업 존속능력 의문” 명시
사진출처=pexels
23일 본보는 기업 분석 전문가 박동흠 회계사와 명품·패션 플랫폼 10곳의 재무 상태를 분석했다. 미정산 사태를 일으킨 발란을 포함해 머스트잇, 트렌비, 젠테, 리본즈, 오케이몰(이상 명품), 무신사, 에이블리, 브랜디, 라포랩스(이상 패션) 등 10곳 가운데 발란, 뉴넥스, 리본즈, 젠테 등 4곳은 계속기업 불확실성이 지적됐다.
“당사의 계속기업으로서의 존속능력에 유의적인 의문을 초래한다”는 경고문은 2022년 한때 7000억 원의 기업 가치를 인정받았던 의류 플랫폼 ‘브랜디’ 운영사 뉴넥스의 지난해 감사보고서에 적혀 있다. 이 문구는 지난해와 올해 각각 미정산 사태를 야기해 현재 기업회생 절차를 밟고 있는 티메프와 발란의 감사보고서에도 적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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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 플랫폼 젠테는 완전자본잠식 상태는 아니지만 손실 누적으로 자본총계가 지난해 말 1억9462만 원으로 1년 전(51억9519만 원)보다 급감했다. 박 회계사는 “유동부채가 유동자산을 239억 원 초과해 유동성 위험에 노출돼 있다”고 지적했다. 젠테는 지난해 말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있는 사옥을 250억 원에 내놨다. 젠테 관계자는 “지난해 적자 규모를 1년 전 대비 줄였다”며 “글로벌 플랫폼 도약을 위해 투자를 늘리면서 적자가 났고, 올해는 내실 경영에 돌입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계속기업 불확실성이 제기된 기업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유동성 확보와 재무 안정화를 위한 자산 매각, 비용 절감, 신규 자금 유치 등 실질적 자구책이 필요하다. 문제는 이익을 내는 패션·명품 플랫폼이 많지 않았던데다, 경기 침체로 명품 소비가 가라앉고 있다는 것이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명예교수는 “경기가 어려워지면 사람들은 의식주 가운데 가장 먼저 의(衣)를 줄인다”며 “코로나 때 명품·패션 플랫폼에 꼈던 거품이 엔데믹과 불황이 겹치며 빠진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티메프와 발란 같은 판매대금 미정산 사태가 또 일어나지 않게 하려면 명품·패션 플랫폼들이 관습적인 ‘적자 경영’에서 벗어나야 하고, 유동부채 상환에 문제가 없도록 운용 자금을 충분히 확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연승 단국대 경영경제대학 교수는 “향후 패션 플랫폼들은 유동성 부족과 C커머스 등 새로운 경쟁자의 출현에 맞닥뜨릴 것”이라며 “시장과 투자자들의 선택을 받으려면 재무 건전성을 경시하던 관례를 답습하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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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아 기자 omg@donga.com
정서영 기자 cer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