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교하게 설계된 수학적 해법에 충격 완화할 여지마저 사라져 돌발적 변수에 취약한 사회로… 美실리콘밸리 출신 응용수학자 비료에 망가진 토지-농산물 등… ‘효율성 극대화’의 이면 파헤쳐 ◇최적화라는 환상/코코 크럼 지음·송예슬 옮김/304쪽·1만9000원·위즈덤하우스
2021년 2월 미국 텍사스에서 발생한 대규모 정전 사태로 어둠으로 뒤덮인 도시를 포착한 위성 사진. 책 ‘최적화라는 환상’의 저자는 “과도한 최적화”를 그 원인으로 꼽으며 “정전 사태는 수십 년 전부터 예견된 일이었다. 미국의 나머지 지역과 분리된 텍사스 전력망은 최적화의 장치이자 골칫거리였다”고 설명했다. 사진 출처 미국항공우주국(NA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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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정리부터 연애 상대 매칭, 농업 생산까지 ‘최적화’가 만능이라는 믿음의 이면을 까발리는 책이다.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데이터 과학자로 일했던 응용수학자가 썼다. 라틴어 ‘optimus’(최선)를 어원으로 둔 최적화의 정의부터 역사와 부작용까지 샅샅이 짚었다.
20세기 미국에서는 적은 토지와 노동으로 더 많은 식량을 생산하기 위한 ‘최적화’ 농업이 시작됐다. 인간이 아닌 기계가 수확하기에 더 쉬운 밀 품종을 개발했고, 값싸면서도 잡초와 병충해를 강력히 퇴치할 화학물질을 뿌려댔다. 그 결과는 어땠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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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특히 최근 20년 새 수학적 연산력이 폭발적으로 성장함에 따라 최적화 모델이 고도화, 대형화하면서 일상과 더 큰 괴리를 낳았다고 주장한다. 효율화 모델로 생산성은 높였지만 예기치 못한 사태에서 충격을 완화해줄 여분의 자원, 지역 공동체마다 고유하게 품고 있던 ‘장소적 감각’ 등을 잃어버렸다는 것이다. 저자는 대신 “각종 계획위원회와 임상시험 등 미봉책만 늘어난다”고 지적했다.
최근 화두인 기후 위기에 ‘최적화된 방식’으로 대처하는 것에도 허점이 있다. 책에 따르면 연산력이 높아지면서 변화를 예측하는 모델이 점점 복잡해진 만큼 그 해법 또한 복잡해졌다. 탄소세, 배출권 거래제, 그린뉴딜 등 정교하게 설계된 수학적 해법들이 쏟아졌다. 국가 간 조약과 기업 인센티브를 아우르는 거대 현상이 된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접근은 ‘해결을 위해 노력한다’는 이미지만 만들었을 뿐 실제론 현실을 거의 개선하지 못했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오히려 평범한 사람들에게 ‘개인은 아무리 노력해도 직접적으로 별 효과를 미칠 수 없다’는 무력감만 키웠다는 것이다.
저자는 끝으로 끊임없는 최적화 대신 “만족스러운 최적값을 찾아 최적화를 멈출 타이밍을 가늠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각국 정치가 복잡한 국제 관계에서 한발 벗어나 내부 공동체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기업은 부의 축적이라는 강박에서 벗어나 각종 효율화 모델에 내재된 취약성을 인정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최적화의 여파로 이득을 봤거나 손해 본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현장감을 더했다. 다만 통계나 논문 자료 등 객관적 근거가 다소 빈약한 점은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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