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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 세계를 향해 마구잡이로 퍼부은 상호관세를 둘러싸고 ‘트럼프 2기 경제팀’의 균열이 감지되고 있다. 먼저 격돌한 건 관세 전쟁의 설계자인 피터 나바로 백악관 고문과 ‘퍼스트 버디’ 일론 머스크다. 상호관세 조치가 발표되고 사흘 후 머스크는 “미국과 유럽은 무관세로 가야 한다”며 트럼프 기조와 상반되는 주장을 펼쳤다. 나바로를 겨냥해선 “뭐 하나 이룬 게 없다”고 비꼬았다. 나바로는 트럼프 1기 4년을 꽉 채우고 2기에 발탁된 유일한 경제 관료다.
▷“미국 산업이 다시 태어날 것”이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장담과 달리, 해외에 공장을 둔 미국 기업들이 관세 직격탄을 맞을 거라는 우려가 커지자 머스크가 총대를 메고 나선 셈이다. 그러자 나바로는 “머스크는 차를 파는 게 중요하다. 상호관세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며 공개 비판했다. 그러면서 “머스크는 자동차 제조업자가 아니라 조립업자다. 테슬라의 많은 부품이 중국, 일본, 대만에서 온다”고 깎아내렸다.
▷머스크는 “테슬라는 가장 미국산 차(the most American-made cars)”라며 “나바로는 벽돌보다 멍청하다”고 맹비난했다. 트럼프의 최측근들이 원색적인 표현을 써가며 설전 수위를 높인 것이다. 나바로는 미국의 패권에 도전하는 중국의 부상을 막는 게 최우선 과제지만 테슬라는 전체 매출의 20%가 중국에서 나온다. 오히려 자동차 부품 관세 때문에 미국 공장에서 만드는 테슬라 차의 가격을 올려야 할 처지다.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운 ‘골수 마가(MAGA)파’가 중국을 때릴 때마다 머스크가 제동을 걸 수밖에 없는 구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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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을 제외한 나라의 상호관세를 느닷없이 유예하는 과정에서도 경제팀의 내분이 엿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 유예를 검토하면서 베선트, 러트닉 장관과 논의했다고만 했을 뿐 나바로는 언급하지 않았다. 베선트는 한국, 일본 등과의 무역 협상도 맡았다. 세계 금융시장이 요동치고 월가와 공화당 지지자들마저 분노를 표출하자, 고율 관세에 반대해 온 온건파 장관들에게 힘이 실리는 모양새다. 이번 유예 조치로 각국은 시간을 벌었지만, 트럼프 경제팀의 분열과 갈등이 어떤 식으로 전개될지 불안한 눈으로 지켜보고 있다.
정임수 논설위원 imsoo@donga.com